▶ 文 마이웨이 선언에 安 ”당 어디로 끌고갈지 우려”
▶ 비주류 ”누가 부러져도 부러질 것”…탈당사태 현실화 경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 내홍이 3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정면충돌로 번지면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대표격인 두 사람의 갈등이 심화되고 협력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대로라면 탈당 사태 등 당이 깨질 것이라는 비주류의 경고음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임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한 것이자 비주류의 사퇴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문 대표가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한 이후 안 전 대표와 불붙은 지도체제 논쟁이 결국 도돌이표처럼 '문재인 단일체제'로 귀결된 것이다.
이날 회견은 안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기약없는 협력을 기대하진 않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자, 비주류를 향해서도 혁신과 기강을 내세워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그는 "꺾일 때 꺾이더라도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회견에 당은 발칵 뒤집혔고, 안 전 대표와 비주류는 거세게 반발했다.
안 전 대표는 "당의 앞길이 걱정된다.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지만 혁신전대를 거절당한 여파가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이 살 길은 혁신전대밖에 없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었다"며 "문 대표가 그것을 거부한 것이니 앞길이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계획된 지방 혁신토론회 일정의 전면 조정을 검토하는 등 심각한 분위기 속에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변에서 탈당 주문이 적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비주류 의원들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가 자신들을 거듭 '공천요구세력', '구태세력'이라고 낙인찍기에 나섰다고 성토했다.
비주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윗 글에서 "일방적인 혁신이 당의 혼란과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지 크게 의심한다"며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더이상 할 말도 없다"고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나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부러져도 부러질 것"이라고 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동철 의원은 "결별하려면 결별하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문 대표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무감사 거부로 징계 심사를 받게 된 유성엽 의원은 "당 수습과 통합이 무망하다면 뭔가 야권의 변화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탈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탈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중재 공간을 모색해온 중진들은 닭쫓던 개격으로 허탈해하면서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토로했다. 중진들은 오는 10일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중재작업을 추진했지만 문 대표의 갑작스런 회견으로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오영식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세대교체형 지도부 구성을 위한 산파역을 하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며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영남·호남·수도권 대표인사,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으로 구성된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당밖의 신당 추진세력은 문 대표를 비판하면서 당내 균열이 커지는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 이런저런 내부 논의든 갈등이든 혁신 노력이든 이미 아무런 약효도 있을 수 없다"며 "신당 창당을 통한 주도세력의 교체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전날 안 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이날 전북 순창에서 정동영 전 의원과 회동했다.
정 전 의원은 "야당이 박근혜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 새로운 신당을 여러 갈래로 만들지 말고 통합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박 의원은 "정 전 의원은 신당에 함께 하자는 제안에는 소이부답이었다. 정치적 장래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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