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언론 통해 나온 해법과 피해자·관련단체 인식 괴리 커
▶ ”위안부 피해자 단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수용하지 않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 모색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이틀 앞둔 26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일출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 유희남 할머니, 박옥선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한일간 담판 과정에서 직접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과 관련 지원단체를 포함한 국민 여론이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결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자칫 거센 후폭풍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이 때문에 그동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에게 연내 방한을 지시한 이후 27일 현재 일본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위안부 문제 해법과 관련 당사자들의 반응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언론에 나오는 위안부 해법은 우선 아베 총리가 편지 형식으로 책임과 사죄를 하고, 1억엔을 초과하는 피해자 지원기금을 새로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는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편지) ▲주한일본 대사가 피해자들을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고 사과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사사에(佐佐江)안'과 유사한 해법이다.
아베 총리의 사죄 문제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인지, 기금의 명칭과 명목도 '법적 책임'을 반영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일본이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과 '인도주의적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일본 측은 그러면서 이번에 합의하면 한국 정부가 다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종해결' 보장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보도내용에 대해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은 26일 아베 총리의 방문과 사죄, 법적 책임 인정과 이에 따른 배상,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인정 등을 요구했다.
나눔의 집은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46명의 의견을 모아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도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운영했고,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일하는 상황에 놓였고, 위안부 제도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회담 결과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이를 바탕으로 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 방식의 사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 관련자료 전면공개 등 진상규명, 위안부 관련 내용의 교과서 기술 등 재발방지책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협상에서 우리가 100%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국익 측면에서도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일본이 28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내놓을 위안부 해법과 위안부 피해자 및 우리 국민 여론 사이에서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결단에 대해 "결단이라는 것은 일본 측이 우리 측의 요구에 얼마나 접근해왔느냐가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그 정도까지 됐을지 낙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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