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도피 중 가족에 잡혀 죽다 살아난 여성의 실화
▶ ‘강가의 소녀: 용서의 대가’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지난 2월28일 오스카 시상식에서‘강가의 소녀: 용서의 대가’로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파키스탄의 샤르멘 오바이드-치노이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4년 전 아프잘 코히스타니의 남자형제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온라인에 올라온 한 결혼식 동영상 때문이었다.
파키스탄 북부지역 한 마을의 웨딩파티에서 두 명의 남자형제가 춤추는 것을 보며 여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는 장면이었다. 마을 원로회의는 이 두 형제와 4명의 여성 및 12세 소녀에게 사형선고를 발표했다. 죄목은 남녀가 어울리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 마을 규정을 위반하여 가족의 불명예를 초래했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의 친척들은 두 형제를 응징하기 위해 달려갔다가 그들이 종적을 감춘 것을 알게 되자 코히스타니의 다른 세 형제들을 죽여 버렸다. 4명의 여성들과 12세 소녀도 모조리 죽였다.

2월22일 열린‘강가의 소녀’ 시사회에 참석한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강가의 소녀‘ 포스터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총리는‘악습’인 명예살인 근절을 약속했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묻고 또 물었다 - 도대체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라고 코히스타니(27)는 말했다.
지난 일요일 이 파키스탄 영화가 오스카 단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후 전 세계 사람들도 같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여성 감독 샤르멘 오바이드-치노이의 ‘강가의 소녀: 용서의 대가(A Girl in the River: The Price of Forgiveness)’는 파키스탄의 틴에이저 사바 콰이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 도망하다가 아버지와 삼촌들에게 붙잡혀 폭행당하고 총에 맞은 채 자루에 넣어져 강 속에 버려졌던 이른바 ‘명예살인(honor killing)’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지난 한해 명예살인으로 죽은 사람들은 약 500명으로 대부분 여성과 소녀인데 살해 이유는 불륜이나 집에서 정해준 결혼거부였다.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정통 무슬림 커뮤니티에서의 실제 희생자 수는 인권위의 공식보고보다 훨씬 많다고 추산한다.
“이른바 명예살인은 농촌과 도시, 개발지역과 저개발지역 등 모든 곳, 모든 계층, 모든 종파, 모든 민족 등 파키스탄의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인권운동가 루비나 사이골은 말했다.
사이골은 상당수 명예살인은 실제론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명예는 단순히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실상은 재산싸움 등 경제적 혹은 다른 다툼에 얽힌 범죄다”‘강가의 소녀’는 당국이 이같은 관행을 근절시키는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바이드-치노이는 이전에도 파키스탄의 탈레반과 여성들에 대한 염산테러 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들로 오스카와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파키스탄의 비인도적 실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로 오스카상을 받은 그는 “굳은 결의의 여성들이 힘을 합해 이루어 낸 일”이라고 지난 일요일 밤 수상 스피치에서 강조했다.
2월22일 시사회에서 그는 명예살인의 관행은 여성을 숭배하는 이슬람 전통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인권변호사 아스마 자한기르는 15년 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명예살인 케이스를 기소하는 당국의 노력을 인정했다. “과거엔 정치정당들과 사법부가 명예살인을 정당화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처벌법은 강화되었다. 문제는 사회관습의 변화가 어렵다는 점이다”국제적 관심을 모은 2014년의 한 케이스는 명예살인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0세의 임산부 파르자나 파르벤이 집에서 정해준 사촌 대신 자기가 사랑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다른 남자친척들에게 돌로 맞아 죽은 사건이다. 이 남자들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이 집안의 한 삼촌은 명예살인 행위를 옹호했다. 임신한 딸을 돌로 쳐서 죽인 무지막지한 살인에는 가담하지 않았던 그는 “딸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집안 남자들의 특권”이라면서 “이것이 서구와 우리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앞에 소개한 결혼식 동영상 사건에선 3명의 코히스타니 형제들을 죽인 범인들 중 한명에겐 사형, 다른 5명에겐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서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여성들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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