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여만 50원 빠진 원·달러 환율…美 환율보고서 경계감
▶ 환율조작국 지정되면…환율 1100원선 위험
원·달러 환율이 한 달새 50원 넘게 급락했다. 지난달 중순 1190원대에 달하던 달러당 원화 환율이 최근들어 1140원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원화 강세는 국제유가 반등에 달러화 약세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도 모르는 우려감이 커진 상황에서 외환당국조차 시장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1143.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이 1193.3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만에 50.2원이 떨어졌다.
만약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급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1100원선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교역대상국에 대한 환율규정을 나타내는 '베넷-해치-카퍼(BHC)수정법'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경상수지 흑자를 나타내면서 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저평가하는 국가는 환율 심층분석 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7%대 후반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환율 개입은 원화 약세를 유도하도록 한 쪽 방향으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균형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40원대까지 오르자 외환당국이 직접 구두개입에 나서며 추가적인 약세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이 균형잡혔다고 평가한 바 있고, 외환당국도 지난 2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을 때에도 원화 강세 쪽으로 개입한 적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달라진 분위기에 당국과 시장의 우려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은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고, 일본에 대해서도 "통화가치를 떨어트리면 다른 나라들이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경제성장세 회복과 통화정책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 대선 이슈를 앞두고 정책적 스탠스를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일각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떠나 환율보고서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조달시장 참여 배제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외환시장에서는 투기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만약 환율조작국이 될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에 제한이 생기면서 단기적 투기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11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대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극단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이 되면 미국의 실질적인 제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원화 약세)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환율 급락세가 일정부분 안정되겠지만 상승해도 크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6월 미 금리인상 가능성,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변수에 따라 환율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햇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 (한국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 환율은 다시 1150원 이상을 유지하겠지만 결국 환율 흐름은 미 금리인상 시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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