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취임 이후 ‘ 일대일로’ 집중
▶ 아시아 넘어 아프리카·유럽 등
중국이 2012년 취역시킨 1호 항공모함 랴오닝호.
[세계는 지금]
중국이 공세적으로 해양굴기(海洋堀起ㆍ바다에서 일어섬)에 나섰다. 해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의 하나로 설정했고, 전 세계 거점항구들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해군력까지 적극 강화하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부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한다”(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는 말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수출 화물이 가득 쌓여 있는 중국 칭다오항 컨테이너 부두. <연합>
■해양산업 육성ㆍ자원 확보, 해양굴기 공세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중국 대외정책의 한 축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로 표현됐다. 전 세계를 중국의 경제ㆍ무역권으로 삼기 위해 육상과 해상을 동시에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해상 무역로의 개척은 명(明)왕조 이후의 해금(海禁)정책을 뒤집는 해금(解禁)정책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군사력 증강까지 포괄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프로젝트다.
실제 중국은 2013년부터 해양관련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노후 선박 교체와 조선산업 구조조정,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 등에서 대규모 재정투입이 이뤄졌다. 2008년 8.7%이던 선박 건조능력은 2013년 40%에 육박하면서 세계 1위에 올라섰고, 해양플랜트 수주도 2013년부터는 전 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점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관련법을 제정해 바다 속 광물자원과 해양생물자원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국 국가해양국에 따르면 2001년 9,302억위안(약 163조원)에 불과했던 해양관련 산업 총생산액이 지난해에는 6조4,669억위안(약 1,133조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연평균 8.1%씩 성장했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한다. 2030년까지 GDP 내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았다.
해상 실크로드 관련국과의 무역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대만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인도 등과의 무역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8.2%씩 성장했고, 대외무역 비중도 같은 기간 14.1%에서 20.0%로 늘었다. 10년 전 2억4,000만달러였던 중국 기업들의 직접 투자액도 연평균 44%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92억7,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인프라ㆍ안보 동시 겨냥한 세계 거점항 확보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와 유럽의 거점 항구 사용권을 잇달아 손에 넣고 있다. 남중국해~인도양~아프리카~중동~서유럽을 잇는 ‘진주목걸이’ 해상로를 확보함으로써 물류와 군사 분야 모두에서 해양굴기를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리마솔 항구 사용ㆍ개발권 협상을 본격화했다. 리마솔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심 근거지인 영국 공군기지와 맞닿아 있어 지중해 해운의 길목을 차지하는 동시에 서방과 맞설 군사적 거점도 확보하게 됐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오보크(지부티), 과다르(파키스탄),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등 지역별 거점항구들의 사용권을 획득했다. 오보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 남쪽의 전략적 요충지이고, 과다르는 중국이 도입하는 원유의 80%가 거친다.
코타키나발루는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하나같이 핵심 무역항이면서 군사적 요충지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콜롬보항 개발에 대한 스리랑카 정부의 사업 재개도 끌어냈다.
이로써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자국 연안 항구들과 동남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ㆍ서유럽의 주요 항구들을 연계하는 해상 무역로를 확보하게 됐다. 리마솔ㆍ코타키나발루 등을 통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들 거점항구의 확보가 중국에게는 양수겸장인 셈이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을 턱 밑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리를 위해 일본과 더불어 트라이앵글 동맹을 맺고 있는 호주의 다윈항을 99년간 임대했다. 호주 북부의 다윈항은 남중국해로 통하는 관문이며 미군기지와도 인접해 있다. 중국은 미국의 혈맹격인 이스라엘에서도 최대항구인 하이포의 개발ㆍ운영권을 따냈다.
■“2020년 핵항모 보유” 목표로 해군력도 강화
중국이 지향하는 해양굴기는 해군력 강화를 전제한 것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인 남중국해ㆍ동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분쟁을 넘어서지 못하면 해상 실크로드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부터 미국이 실질적인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겐 미국과도 맞설 수 있는 해군력 강화가 필수적인 전략 과제다.
중국이 주변국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난사ㆍ시사군도에 잇달아 인공섬을 건설하고 미사일ㆍ전투기 등 전략무기들을 배치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하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아태지역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기지화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이 미러와 함께 ‘항공모함 대국’의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다. 중국은 2012년 9월 구소련이 제작하던 항모를 개조한 랴오닝호를 취역시키며 항모 보유국이 됐다. 이후 다롄과 상하이에서 각각 배수량 7만톤 이상의 대형 항모 3척이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연말에는 국방부 대변인이 이를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핵잠수함 제작기술을 보유한 중국이 핵항모에 장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수면함정용 핵원자로 개발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2020년이면 중국도 핵항모를 보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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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느냐 뚫느냐··· 남중국해서 맞부딪힌 미·중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양국의 해상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다.
아시아ㆍ태평양 해상을 앞으로도 계속 ‘통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해양 경제력 제고와 군사력 확장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일부까지 지배해온 대륙의 강자였지만 해양에서만큼은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화 실패 이후 서구열강의 침탈이 모두 해양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그간 해양 강대국의 자유로운 해양 이용을 반대하는 연안국의 입장을 취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은 확실히 달라졌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양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해양강국’을 국가적 전략과제 중 하나로 삼은 것이다. 시 주석은 “해양강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사수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말로 강력한 해군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이 해양강국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군사력 증강은 지리적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통해 표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인 이들 지역에서 연이어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 기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융싱다오에는 HQ-9 지대공미사일 포대와 대함미사일 YJ-62는 물론 J-11과 JH-7 등 주력 전투기들을 배치했다. 화양자오에는 고주파 레이더까지 건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변국들의 반발에는 힘의 우위를 통한 무시ㆍ강행ㆍ위협으로 일관하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아태지역 해상로 전체를 사실상 통제해온 미국은 지난해부터 외교ㆍ안보전력을 아태지역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호주 북부 해안에 미군기지를 설치키로 했고, 필리핀에는 5년만에 군사기지를 재가동할 예정이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통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워 동중국해 내 중국 인공섬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핵항모 스테니시호와 중국 군함들 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두 차례나 벌어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해양통제와 중국의 해양강국 전략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아태지역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에 균열을 내지 않고서는 해양굴기 현실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서 양국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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