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 불법 유통 조직이 LA 한인타운에서 암약하면서 한인타운을 포함한 남가주 등으로 불법 처방약을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LA타임스는 10일자 신문 1면을 포함한 네 개 면에 걸쳐 옥시콘틴 불법 유통 조직에 대한 탐사보도를 게재하면서 LA 한인타운이 그 온상이었다며 이로 인해 마약 대용으로 쓰이는 강력 진통 처방약 옥시콘틴의 불법 유통이 한인타운을 포함한 남가주 전역에서 기승을 부렸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여름 맥아더 팍 인근의 한 건물에 문을 연 ‘레익 메디컬’은 얼핏 보기에 번듯한 닥터 오피스로 의사를 고용하고 대기실도 마련하는 등 외양을 갖췄다. 2010년 3월 연방 마약단속국(DEA)에 적발됐던 이 클리닉이 있던 해당 건물은 현재 한인 의사들이 운영하는 내과와 한의원은 물론 교회 등이 입주해 있어 한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그러나 레익 메디컬은 오픈과 함께 옥시콘틴을 마구잡이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해 9월 한주 동안에만 1,500정을 시작으로 10월 한달간 1만1,000정에 달하는 등 그해 연말까지 약 7만3,000정, 시가로 600만달러 규모를 대량 처방했다.
DEA 수사 결과 조직이 동원한 홈리스 등이 수고비 명목으로 25달러 정도를 받고 처방전을 가져왔다. 레익 메디컬은 중독성이 강한 80㎎ 용량 위주로 처방했고 암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가격은 한 알에 8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처방전을 써준 닥터 엘레노아 산티아고는 이듬해인 2009년 한인타운 가운데서 계속해서 영업하며 그해 9월에는 한 달간 처방량이 7만정에 달하기도 했다.
범람하는 처방전 탓에 인근 약국에서 팔리는 옥시콘틴도 급증했다. 샌마리노와 헌팅턴 팍의 약국들은 판매량이 20배 이상 급증했고 이스트 LA에서는 400%가 뛰기도 했으며 1,400%가 늘어난 약국도 있었다. 레익 메디컬에서 처방되고 LA 인근에서 판매된 옥시콘틴은 인접한 타주까지 유통됐고 라스베가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뒤 DEA까지 동원돼 레익 메디컬이 진원지로 지목돼 2010년 3월 문을 닫기까지 불법유통된 규모는 110만정 이상일 것이라고 신문은 추측했다.
제조사인 퍼듀 파머는 이후 파우더 형태로 재가공이 쉽지 않은 새로운 정제를 내놨지만 이미 옥시콘틴에 중독된 이들은 화학적으로 성분이 비슷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헤로인으로 이동한 뒤였다.
신문은 퍼듀 파머가 관련 법에 의거해 내부 조사와 추적에 나서 불법 유통된 약품이 마약상과 중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확인했지만 침묵했다고 내부 고발자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했다. 진통제로서 베스트셀러인 옥시콘틴 덕분에 지금껏 3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제약사가 탐욕에 눈이 멀어 불법 유통조직 등에 대한 정보를 사법당국과 아직까지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LA타임스는 “자체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위험 신호 발견시 사법당국과 공조할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는 제약사가 홀 세일러 등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면피하는데 급급했다”며 “그러는 사이 제약사의 이익은 커지고 불법 유통된 약물로 인한 중독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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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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