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연세대)는 마지막 리본 연기를 마쳤을 때 메달이 물 건너갔음을 직감했다.
손연재는 마중 나온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에게 종종걸음을 치듯 달려가 그 품에 꼭 안겼다.
마냥 울고 싶을 때 멀리서 보이는 엄마를 발견하고 달려가는 딸의 모습과 같았다.
손연재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3위인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73.583점)와 점수 차는 0.685점이었다.
손연재는 리자트디노바에게 0.318점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리본 종목 연기에 들어갔다.
완벽에 완벽을 기해도 메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리우 특유의 습한 날씨 탓에 눅눅해진 리본은 자꾸만 몸에 감겼다.
손연재가 리본에서 받은 점수는 18.116점. 4종목 중에서 가장 낮았다.
손연재는 포디엄에서 걸어 나올 때 필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메달 꿈이 물거품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손연재는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
손연재는 전날 예선을 5위로 통과한 뒤 "올림픽을 준비하며 성적에 대한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림픽 전 준비하기까지는 메달을 안 따면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까지 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손연재는 울컥울컥 했다.
그에게는 기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했다. 손연재는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자신과 6년 넘게 동고동락한 리표르도바 코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평소 엄격하기로 유명한 리표르도바 코치도 마치 어머니처럼 자상한 눈빛으로 손연재를 바라봤고, 부드럽게 안아줬다.
손연재는 자신의 다음 순서인 리자트디노바가 동메달 확정을 확정하는 리본 연기를 끝내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4위가 결정된 손연재는 그러나 대기석에서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손연재는 올 내내 자신이 계획한 그대로 연기했다. 리본을 제외하고는 모든 종목에서 원 없이 기량을 펼쳤다.
그러나 설사 리본에서 완벽한 연기를 했더라도 리자트디노바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았다.
손연재는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할 때에도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의 발목 부상은 끝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매일 연습 뒤 진통제를 뿌려야 했다. 손연재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에도 한발을 축으로 삼아 360도를 도는 포에테 피봇의 비중을 올 시즌 어느 때보다 늘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참아내며 '인간 손연재'가 아닌 '선수 손연재'로 살아온 시간이 결국에는 보답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손연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손연재는 충분히 잘했다. 리듬체조의 변방인 한국에서 태어나 이제 겨우 러시아에서 배운 시간이 6년을 넘는 그가 메달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손연재는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다.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 자격이 그에게는 충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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