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감사관과의 4시간 실랑이가 끝났다. 주차장 파란 하늘. 새소리가 정겹다. 손님 가게로 향했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손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잘 해결되었습니다.” 직접 말하고 싶었다.
주방 뒤편에서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단다. 고무장갑을 벗으며 나온다. 손이 더럽다며 뒤로 뺀다. 억지로 잡아 악수를 청했다. 머리에 뭐가 붙어 있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며, 팔려고 만든 빵과 음료수를 한 봉지 안겨준다. 주차장을 떠나면서 거울을 보니, 한참을 그렇게 서계셨다.
사무실로 오는 길에, 다른 가게를 들렀다. 새 손님이 오면, 나는 두어 번 방문해서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확인한다. 아침 장사를 주로 하는 다이너 식당. 그때가 오후 3시쯤 되었을까. 지문인식 타임카드 기계 앞에 줄을 죽 서 있다. 사장을 찾을 수 없어서 전화를 했다. 서로 어디에 있냐고 찾았는데,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서 내가 보질 못했었다.
물론 사장이 할 일과 직원이 할 일은 따로 있다. 내 말의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회계사가 어디 있겠나. 그런 돈을 받고, 일을 대충 할 회계사가 어디 있겠나. 오늘은 그 말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특히, 그 다이너 사장은 1년에 4만 달러 이상을 교회와 단체에 기부한다. 직원 하나를 더 쓰면, 예쁜 손을 더럽혀가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비추고, 주위를 변화시킨다. 그런 정직한 사람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일은 기쁜 일이다.
나는 매일 아침, 사무실 직원들과의 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밀린 일들과 급한 일들을 구분하고, 그날의 중요한 업무 계획을 세운다. 어제 끝난 노동청 감사결과를 설명했다. 방문했던 두 가게의 사장님 얘기도 나왔다. 손님들이 100 달러, 200 달러 주는 돈은,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의 정당한 대가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회계사비 100달러도 힘에 부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알자. 그 사람들에게 우리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자. 그렇게 아침 조회를 마쳤다.
그런데, 직원들과 나눠먹으라고 준 빵과 음료수 얘기는 쏙 뺐다. 운전하고 오면서 혼자서 다 먹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직원들이 이 글을 보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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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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