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도 슈사쿠 소설 원작
▶ 불교도 위장 크리스천 통해 삶과 신앙 조명한 수작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할리웃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회 울타리 안쪽의 신앙은 세상 속 살벌한 현실에서 어떤 힘을 낼 수 있을까. 일본 큐슈의 후쿠오카에서 멀지 않은 해안도로에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비문이 하나 서 있다.
‘인간이 이렇게 괴로운데, 주여 바다가 너무 파랗습니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불교 신자로 위장하고 생명을 연명하던 ‘숨은 크리스천’ 바로 ‘가쿠레 키리스탄’의 처절한 절규를 담은 글귀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가 쓴 ‘침묵’에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암석에 새겨 놓은 것이다. ‘침묵’이 할리웃 영화로 제작돼 전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된 이후 한인을 포함해 많은 관객을 모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전미비평가협회가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영화 10편 가운데 하나로 꼽혔을 정도다.
일본의 크리스천 인구는 1%에도 훨씬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하다. 엔도 슈사쿠는 이런 상황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크리스천 작가다. 17세기 일본 막부의 기독교 탄압을 소재로 한 ‘침묵’은 1966년에 출간됐고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엔도 슈사쿠가 죽었을 때 영국의 주요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별세를 기념하는 특별 기사를 싣기도 했다.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침묵’은 무자비한 학살과 잔인한 고문 속에서 숨어 살며 믿음을 지킨 ‘가쿠레 키리스탄’의 삶과 신앙을 조명한 대작이다.
‘침묵’은 기독교 신앙과 인간의 현실 사이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만약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고통 받는 민중들을 외면하는 그분을 거밋줄에 걸린 나비처럼 무기력한 분으로 보아야 하는가’ ‘의지가 박약하여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없는 기독교인을 배교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던져진 이와 같은 질문에 작가의 답변은 없다. 그저 독자와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신앙의 화두로 남을 뿐이다.
영화 ‘침묵’을 연출한 사람은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갱스 오브 뉴욕’ 등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거장이다. LA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영화 ‘침묵’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평생을 기다려온 작품’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배우 앤드류 가필드는 “어느 날 내 몫의 촬영을 마치고 스낵을 먹으며 쉬다 우연히 정원에 앉아 일하는 스콜세지 감독을 보게 됐다”며 “마치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스콜세지 감독은 예수 그리스도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면서 “영화와 예수 그리스도, 그게 그의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지난 1989년 소설 ‘침묵’을 읽은 뒤부터 줄곧 영화화를 꿈꾸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콜세지 감독은 “오랜 기간 동안 이 영화를 준비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용서의 깨우침과 연결돼 있었다”며 “영화에서 가능했던 용서가 실제 삶에서는 불가능했는데, 내 인생에서 용서를 이루기 위해서 바로 이 영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침묵’은 포르투갈의 젊은 예수회 선교사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가 스승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일본에서 선교하다 배교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시작된다.
페레이라 신부는 잔인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교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일본에 남기로 결심했지만 본국의 교회에는 배교의 의심으로 전달된다. 스승을 직접 만나 사실을 확인하려고 마음먹은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비밀리에 일본에 입국하고 신앙과 현실이 부딪히는 참혹한 현장에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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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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