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 인터뷰> 20대 스시맨으로 출발 50년 요식업 외길
▶ 아직도 가장 먼저 출근 국물·소스 직접 만들어…대부분 직원 20년 근속 3대 단골까지 찾아와
‘외길 50년’
말이 그렇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장소에서 한 이름으로 35년째 운영하고 있는 강남회관 이상헌(76) 대표가 한인 요식업계에서 특별히 존경을 받는 이유다. 지난 1983년 6월 1일, 올림픽가에 둥지를 튼 지 올해가 영업 35년째다. 1~2년, 짧게는 몇 달 만에 간판을 바꿔 달 정도로 부침이 심한 타운 요식업계여서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하도록 꿋꿋이 지키고 있는 이상헌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스시맨을 시작으로 요식업에 종사했으니 그야말로 외길 50년이다. 그래서 이 대표의 인생 스토리는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타업종 기업인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특별한 장수 성공 비결이 있는지.
▲모든 사업체를 운영하려면 한 눈 팔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식당은 맛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강남회관은 맛과 품질에 있어 ‘반칙’을 하지 않는다. 맛이 달라지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이 제일 먼저 알게 된다. 고객이 가장 엄중한 심판인 것이다. 고객들에게 청결하고 맛있고 좋은 재료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건강 지킴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으로 지난 35년간 강남회관을 운영하고 있다.
-타운 요식업계에서는 보기 두문 셰프 겸 오너인데 이것도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래도 셰프이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식과 일식 모두 담당 조리장이 있지만 지금도 아침 8시께 제일 먼저 출근해서 음식에 들어가는 사골국물과 찌개 국물, 소스를 직접 만든다. 매일 새벽 6시에 기상하고 매주 다운타운 수산시장을 방문해서 손님상에 올린 생선과 재료를 직접 고르기도 한다. 정식 트레이닝은 스시 셰프로 받았지만 35년간 강남회관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식 요리도 할 수 있게 됐다.
-요식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60년대 후반 서울 3대 일식당 중 하나였던, 당시 반도호텔 옆 ‘이학’에서 1968년부터 스시맨 교육을 받고 3년을 넘게 근무했다. 당시 한국정부에서 발급하는 복요리 1급 기능증도 받았다. 미국에는 1972년 도미했는데 LA가 아닌 뉴욕으로 갔다. 이학 식당 근무를 계기로 알게 된 뉴욕 맨해턴의 한인 일식당 부부의 초청으로 2년간 일하다 1974년에는 오하오주 클리블랜드 일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클리블랜드에서 셰프로 근무하면서 미국인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포드 자동차에 취업을 했다고 들었다.
▲포드 자동차가 비시민권자 등 외국인도 채용한다는 애기를 듣고 지원했는데 3개월 수습기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정규 직원이 됐다.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매일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동차를 만들고 일식당에서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셰프로 일했다. 당시 생각하면 젊은 체력과 깡으로 버틴 것 같다. 정말 잠 잘 시간도 없고 진짜 돈 쓸 시간도 없었다. 포드 자동차에서 거의 8년을 일하다보니 꽤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다. 그때 모은 돈이 강남회관을 시작하게 된 종자돈이다. 지난 81년 LA로 이주해 식당에서 2년간 일하며 비즈니스 개업을 준비하며 1983년 강남회관을 오픈했다.
-1983년 오픈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당시 식당 건물은 문을 닫은 구 미국 은행 건물이었다. 사실 지금은 한인타운에서 안전한 것으로 꼽히지만 처음 가게를 냈을 때만 해도 흑인이 많이 살고 있는 슬럼가였다. 장소를 잘못 구했다고 걱정한 주위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며 식당이 안정돼 갔다. 식당이 위치한 지역 안전 개선과 활성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것 같다.
-직원들이 다들 오래 함께 일한 직원이라고 하는데.
▲대다수가 20년을 함께 일한 베터런들이다. 헤드 웨이트레스는 25년간 함께 일했고 그릇을 치우는 버스보이도 25년이 됐다. 조리장과 웨이트레스들도 대다수 20년간 함께 있었다. 나에게 직원들은 한 가족이다. 그들의 헌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강남회관은 없었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항상 고맙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메뉴가 있는지.
▲은대구 조림은 LA 원조다. 개업하고 83년부터 시작했는데 현재도 베스트셀러 메뉴다. 로스편채도 아마 LA 한식당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건강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순모밀 냉면 재료는 중국산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한국산 ‘독립문’ 브랜드만 사용하고 있으며 냉면을 뽑는 기계도 가장 안전한 100% 스테인리스강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고기는 최고의 육질인 프리미엄 USDA 프라임 등급의 자연산만 사용한다. 스시와 사시미 또한 최고 생선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쓴다. 음식 맛의 기본은 품질 좋은 재료다. 끓이는 찌개라도 싱싱한 야채를 사용하면 맛이 다르다.
-패티오 리모델링을 최근 끝냈다고 들었다.
▲패티오 리모델링에만 5개월 동안 20만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6월 초 완공돼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식당 내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존 본관의 수용인원 150명을 합치면 동시에 23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진도 9.0이상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철근 빔을 사용해 완벽한 내진설계를 마쳤으며 제대로 된 지붕을 설치해 악천후에도 고객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정식허가를 받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과에 만족한다.
-강남회관은 단골고객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창업 때부터 찾아주신 고객들의 자녀에 이어 손자까지 3대까지 방문해주신다. 병원에 입원하신 할아버지나 할머니 단골 고객들이 강남회관 음식을 먹고 싶다고 자녀가 투고를 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음식 값을 받지 않았다. 그 분들에 대한 자그만 보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종 고객 비율도 전체 고객의 3분의 1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카운터에서 항상 고객을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부인 이윤희씨와 가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한다면.
▲아내가 있기에 내가 지금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아내는 35년간 프론트를 지키며 인생뿐 아니라 사업에 있어서도 항상 든든한 동반자이다.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남회관이 있었기에 충남 부여 출신의 촌놈 가족이 미국에서 먹고 살 수 있었고 두 아들도 번듯하게 키울 수 있었다. 두 아들 중 원한다면 가업을 이어주고 싶었는데 관심이 없었다.(웃음) 장남은 의사 출신으로 현재는 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차남은 관세(커스텀) 브로커로 각각 전문분야를 개척해 일하고 있다.
-강남회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 최소한 80세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상호를 빌려서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 파트너십을 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퀼리티 콘트롤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앞으로 강남회관이 어떻게 될지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 정말로 식당 운영에 대해 나와 같은 확고한 생각과 신념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향후 매각도 고려해볼 수 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고 건강하시다.
▲부모님이 좋은 몸을 주셨다. 또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로 건강비결이다. 매일 같이 정기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 전 사우나에서 운동과 샤워를 하며 아내와 등반 및 산책을 정기적으로 즐긴다. ‘불가능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라는 것이 나의 인생 좌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도전하는 삶을 살다보니 건강이 따라와 준 것 같다. ■4103 W. Olympic Blvd. LA, (323)937-1070, www.KangNamRestaurant.com
올해로 강남회관 운영 35년째를 맞고 있는 이상헌 대표는 장수 성공 비결로 식당의 본질인 음식의 맛과 품질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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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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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한식당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