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공연단 당이 체계적 관리, 조기교육ㆍ사상검증은 필수
▶ 국보 ‘모란봉악단’ 독보적 존재, 기량 있어도 배경 없으면 탈락

북한 어린이들이 2003년 8월 평양의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의 한 연습실에서 무용 연습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예술단을 파견키로 하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방남해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북한의 예술단 실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음악은 심장”… 선전도구 활용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일찍부터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돼 왔다. 그 중에서도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공연은 가장 핵심적 프로파간다 도구였다.
“음악은 정치에 봉사해야 하며, 정치가 없는 음악은 향기가 없는 꽃과 같고, 음악이 없는 정치는 심장이 없는 정치와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음악관은 정권 유지 수단으로서 음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든 공연단은 당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소위 ‘가장 잘 나가는 단체’가 중앙당에 속하고, 시도군에는 각각 20~100여명 규모의 단체가 활동한다. 군대와 대형공장에도 각각 사병과 노동자 교화를 위한 예술단이 존재한다.
공연단 자체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므로, 공연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은 배격될 수밖에 없다.
예술단원이 어느 단체 소속이 되느냐는 실력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 지도자가 어떤 성향의 공연을 좋아하는지, 어떤 미적 감각을 갖고 단원을 평가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미모가 출중하거나 나이가 어린 여자 그룹이 주로 중앙당에 속한다”고 했다. 남한에도 잘 알려진 은하수관현악단, 모란봉악단,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공연단을 가수나 연주자 몇 명이 모인 형태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행정과 공연 인력을 모두 포괄한다. 공연 담당 부서는 작곡ㆍ작사를 담당하는 창작실과 녹음ㆍ무대ㆍ의상팀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 아이돌과 유사”…‘선망의 대상’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급수별(1~6급)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도부 눈에 들면 공훈배우ㆍ인민배우 칭호를 얻기도 한다. 명예뿐만 아니라 부도 따른다.
유력 단체에 속하면 일반 노동자 2배를 상회하는 급여를 받는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일부 예술인은 급여 외에도) 식량, 의류 등 생필품은 물론 담배까지 지급받는다”고 전했다.
조기교육과 사상검증은 필수다. 실력 있는 아이들은 영재라는 이름으로 걸러지고, 각 지역의 특출한 아이들은 평양으로 보내져 체계적 교육을 받기도 한다.
평양 금성학원, 평양음악무용대학 등 유력 교육기관을 거쳐 중앙당 소속 예술단에 안착하는 게 소위 엘리트 코스다.
사상교육도 강도 높게 이뤄진다. 강철환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주 1회 갖는 생활총화(자기반성과 상호비판으로 이뤄진 북한교육)를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주 2회씩 한다”고 전했다.
탈북가수 한옥정씨는 “남한으로 치면 SM 등 대형회사가 키워낸 아이돌 가수인 셈”이라고 했다. 다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단 공연은 곧 당의 메시지
당과 대중의 접점이 없는 북한에서, 이들 사이의 괴리를 엮어주는 게 예술단의 역할이다.
북한 전문가인 박태상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교수는 “당의 메시지가 예술단을 통해 대중에 전파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예술단 공연을 대중에게 선보이려면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중앙당이 승인하면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10일 정도 평양과 대도시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예술단 공연을 철저히 중앙에서 기획ㆍ통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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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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