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진단 - ‘한인경제의 현주소’ <상> 긴 불황의 터널 다운타운 의류·봉제업계
▶ 온라인 샤핑 확산에, 임금·렌트 인상 겹쳐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지만 LA 다운타운 의류·봉제업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뉴욕증시와 주택가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는 대체로 순항하고 있지만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 한인경제권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6일에도 뉴욕 증시는 전망치를 웃돈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힘입어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경기회복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요증가로 부동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한인경제권은 연초부터 난관에 직면해 있다. 한인경제의 젖줄이라는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긴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한인타운도 업종을 막론하고 업주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한인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한인 의류업체·봉제공장 크게 줄어
한때 LA지역에서 1,000곳이 넘었던 한인 운영 봉제공장은 이제 300~400개 수준으로 줄었다. 자바시장에서 매장이나 쇼룸 등을 갖추고 영업 중인 한인 의류업체도 최고 전성기였을 때 1,200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800개 정도로 줄었다.
온라인 샤핑이 확산되며 설 곳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고 고질적인 최저임금, 렌트비, 종업원상해보험(워컴) 부담 탓에 캘리포니아를 떠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분명한 것은 대형 업체라도 파산의 공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타인종들이 틈새를 노려 영토를 확장하면서 자바의 한인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 렌트, 워컴 ‘악재 3종 세트’
올해도 어김없이 LA시와 LA카운티에서 종업원 26명 이상인 사업장의 최저임금은 7월1일을 기해 13.25달러로 또 오른다. 내년 7월에는 14.25달러, 2020년 7월에는 15달러까지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상가 렌트비 상승도 부담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업체 CBR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A의 상가 렌트비는 평균 9% 상승했다. CBRE는 다운타운의 경우,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의류, 신발 등의 소매점이 문을 많이 닫고 있지만 그 빈 자리를 피트니스센터, 식당, 요가 스튜디오, 커피샵 등으로 빠르게 메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컴 보험료와 클레임 부담도 만만찮다. 2016년 기준으로 가주는 임금 100달러 당 3.24달러를 보험료로 내 전국 최고를 기록했는데 2위 뉴저지보다 11% 높았고, 50개주 중간 보험료 1.84달러보다는 188%나 비쌌다.
여기에 거짓으로 상해보험 클레임과 민사소송을 동시에 거는 식으로 고용주를 쥐어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봉제업체 대표는 “3만달러 미만은 무조건 합의를 유도하는 주정부의 관행 탓에 가짜 클레임에 고통받다가 문을 닫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오죽하면 매일 퇴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나는 오늘 일하면서 다치지 않았다’는 서명까지 받는 곳이 있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파산 도미노에 직간접 타격까지
갖가지 악재에 한인 대형 의류업체도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파파야’가 파산보호를 신청해 충격을 줬다. 한때 최대 1억6,000만달러에 달했던 매출의 대부분을 한인업체로부터 구매해왔던 점에서 파장은 컸다. 한인 대형 의류업체가 파산한 것은 2014년 7월 ‘러브 컬처’에 이어 두번째로 위기감이 증폭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웨트 실’과 ‘차밍 찰리’ 등 한인 업체들과 납품 관계가 많았던 브랜드들이 파산하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파파야가 회생을 준비한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 또 다른 한인 업체가 주정부로부터 벌금형을 받아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인 업체들이 위로는 파산의 위협에 처해있다면, 아래로는 소위 ‘홈워크’에 추격당하고 있다. 홈워크는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점조직 형태의 생산 체계로 불법으로 차려놓은 시설에서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
주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받고, 가족이나 친지로 구성된 홈워크에서 생산하는 바람에 한인업체들보다 평균 30% 가량 납품 단가가 저렴하고, 점조직이라 신고나 단속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회생 위한 안간힘 한창
안팎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자바를 중심으로 한 한인 경제 단체들의 위상도 약화됐다. 지난 19일 회장 이취임식 및 신년하례식을 치른 미주한인봉제협회 행사장에는 70여명이 참석해 한때 300명이 넘었던 것과 대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성 회장은 “한인 봉제 업계가 위축돼 고사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작지만 강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의류협회 김영준 회장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업모델이 B2B(기업 대 기업)였다면 B2C(기업 대 소비자)로 확대하거나 병행할 수 있는지, 취급하고 있는 라인이 많다면 전문화와 집중화는 어떨지 고민해야 한다”며 “여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 공략할 고객층을 찾으며,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략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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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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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요즘은 봉제도 중남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식당도 서서히... 조금 있으면 중남미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나올지도...
미국은 자유경쟁의 나라다. 자신없는자 평양으로 가라. 멕시칸 이 문제가 아니라 불성실이 문제다. 같은 한인이라고 일주면 날림공사에 돈먼저 받고 도망가고. 남미가 낳다.
그래 민주당을 지지하면 좌파냐? guestlast 미국을 알고 글을써라 30년은 더살아야 되겠다. 세금세금 하지마라 몇년이나 냈다고.나라살림 주고 받으며 발전하는것이 민주국가다
문제는 웰페어 타는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민주당 지지에 힘빠지는건 세금내는 사람들 뿐이네...
멕시칸만 그렀읍니까? 중국인들은 여기저기 동양인비지니스에 막 파고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