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정치보복 혈안, 예방행정 실패” vs 민주당 “지사 출신 홍준표 등 책임”
▶ 밀양 참사 39명 사망… “여야, 지방선거 의식해 불난 집서 정치질… 입법 지원해야”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
대규모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여야는 최근 39명이 사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지원을 해야 할 여야 정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책임 떠넘기기 정쟁을 벌이는 것이어서 ‘불난 집에서 정치질하고 있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지난 26일 오전 7시25분쯤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의료진 3명과 고령 환자 등 총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1층 응급실 내 탈의실 겸 탕비실 천장 배선에 이상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신고는 다소 늦은 7시32분에 이뤄졌고, 소방관들은 신고 3분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탈의실 천장에 스티로폼이 설치된데다 스프링클러는 없는 병원이어서 빠른 속도로 유독가스와 불이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불법 개조로 세종병원과 별관인 요양병원 사이에 유리벽이 있는 연결통로를 만들어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환자들 대부분이 고령의 중환자들이어서 피해가 더 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는 낚시배 전복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했고,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사람이 먼저다’는 기치 아래 ‘안전한 나라’를 강조해온 문재인정부는 사고 재발과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밀양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대형 참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근 두 달여 사이에 각종 안전사고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정부·여당에 포문을 열었다.
특히 여야는 밀양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격렬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권의 무능으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현정권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참사가 경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경남지사 출신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예방 행정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정권이 사고만 나면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고 눈물 쇼만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면서 정치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밀양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이 정부는 정치 보복을 하느라고 바빠서 예방행정을 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낙연 총리 책임론도 제기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참사 현장을 찾아 “문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뒤 “북한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표도 26일 화재 현장 방문 직후 “세월호 참사, 제천 참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6일 밀양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전 이곳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 번 봐야 할 것”이라면서 홍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세월호 같은 해양사고는 중앙정부 관할이고, 소방안전본부는 지방정부 관할”이라며 “홍준표 전 지사, 밀양시장, 국회의원이 모두 한국당 소속”이라고 한국당 책임론을 거론했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현송월 뒤치다꺼리’ 발언을 겨냥해 “자유한국당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밀양 화재 참사에도 색깔론 공세를 퍼붓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는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건전한 토론은 하지 않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여당이 ‘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도 매우 이상할 뿐 아니라 대안 제시를 하지 않고 정부·여당 공격에만 주력하는 제1야당의 모습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밀양 화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참사 현장을 방문한 뒤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2월과 3월에 걸쳐 안전 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 개소에 대해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8일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관내의 위험 시설과 안전 취약 지역을 빠짐없이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가상화폐와 부동산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정책 혼선이 벌어져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 전후로 하락한 가운데 연쇄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국정 전반 기강 잡기와 혼선 방지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30일 주재하는 정부 부처 장·차관 웍샵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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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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