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싼 천연개스 생산 늘며, 소요 감소… 수지 안 맞아
▶ 일자리 잃은 광부들 허탈

웨스트버지니아의 롱뷰 화력발전소. 인근 펜실베니아, 그린 카운티의 4 웨스트 탄광이 석탄을 공급했었다. 4 웨스트 탄광은 경영이 어려워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Andrew Spear - 뉴욕타임스]

4 웨스트 탄광 광부인 닉 즈미자 가족들. 즈미자는 봉급을 훨씬 많이 준다고 해서 3년 전 매릴랜드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4 웨스트 탄광 광부들이 대부분 살고 있는 밥타운. 1870년대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탄광촌이다.
닉 즈미자가 3년 전 펜실베니아, 밥타운의 4 웨스트 탄광에 구직 신청을 했을 때, 그는 두둑한 봉급인상과 안정된 미래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채용이 된 후 그가 회사 측으로부터 들은 말은 그 자신은 물론 장차 그의 두 아들의 일자리도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내 아이들도 여기서 은퇴할 수 있으리라고 했다”며 그는 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희망적이던 회사가 새해를 맞자마자 탄광을 폐쇄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 370명의 직원들은 갑자기 새 일자리를 찾느라 허둥지둥 하고 있다. 즈미자 가족은 이제 새 탄광 일을 찾아 이사할 준비를 해야 하게 되었다.
밥타운은 아팔래치아 산맥에 깊숙이 들어앉은 탄광촌이다. 피츠버그 남쪽 70마일 지점의 이 마을에서 광부들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된 것은 석탄업계가 맞고 있는 가혹한 쇠락의 한 단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암담한 미래를 보여줄 뿐이다. 아팔래치아 산맥 주변은 물론 미 전역에서 셰일 시추 붐과 함께 값싼 천연 개스가 넘치게 나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오래된 석탄 화력 발전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의 에너지원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거의 절반이던 것이 지금은 1/3 정도로 떨어졌다. 그 결과 트럼프 취임 이후 380개의 탄광 중 거의 20개가 문을 닫았거나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석탄 소비량은 2.4% 하락했다. 지난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8년 새해 들면서 전국 석탄 생산량은 혹한에도 불구하고 1년 전에 비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요 감소로 인해 미 전국 석탄 생산량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38%가 떨어졌다. 이제는 최상질 석탄을 매장하고 있는 가장 효율적인 탄광만이 살아남을 수가 있다.
아팔래치아 산맥에서 발전용 석탄을 생산하는 4 웨스트 탄광과 같은 탄광들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4 웨스트 탄광의 경우 석탄층이 얇은데다 석탄 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전통적 채굴 방식은 사고 위험도 높다. 오늘날 아팔래치아 산맥에서 성공적인 탄광은 제철용 석탄을 생산하는 탄광들이다.
“탄광을 계속 운영하는 게 경제적이지 않은 시점에 온 것”이라고 4 웨스트 탄광 소유주인 멥코 홀딩스의 브라이언 오스본 수석 부사장은 말한다.
4 웨스트 탄광이 있는 그린 카운티의 상황은 특히 어렵다. 수년에 걸쳐 탄광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2년 전 탄광 하나가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3개만 남았다. 현재 그린 카운티에서 일하는 광부는 총 2,000명. 하지만 오는 6월1일을 기해 4 웨스트 탄광이 청소를 끝내고 설비들을 모두 치우고 완전히 폐쇄하고 나면 현직의 광부는 거의 20%가 줄어든다.
그린 카운티 커미셔너 위원회의 블레어 짐머만 회장은 현재 5.2%인 카운티 실업률이 1.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파장이 엄청납니다. 세수가 영향을 받고 일자리가 영향을 박고 주택시장이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서 봉급을 못 받으면 다들 떠날 테니까요.”
고통스런 조정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광부들은 다른 탄광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고 회사 측은 이들이 인터뷰를 하러 갈 수 있도록 결근을 허락하고 있다.
4 웨스트에서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는 26세의 윌리엄 라비올레트의 지난 해 수입은 5만5,000달러 정도였다. 그는 탄광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학교로 돌아가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생각이다.
광부들이 일 끝난 후 같이 식사하고 당구도 치고 둘러앉아 농담도 하던 식당들, 술집들은 이미 파리를 날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그린 카운티 표의 69%를 차지했다. 같은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가 4년 전 받은 것보다 10% 포인트를 더 받았다. 석탄업을 되살리겠다는 약속 덕분이었다. 현실은 그 반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광부들은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4 웨스트에서 컨베이어 벨트 담당원으로 일하는 릭 글로버는 말한다. “그는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나라를 바꿀 수는 없지요.”
1년 전 취임 후 트럼프는 파리 기후조약에서 탈퇴하고, 탄광과 발전소 관련 규제들을 완화하려 애썼다. 모든 것이 기대에 닿지는 못했지만 석탄업계는 탄광조업 연방 허가발급이 보다 확실하고 빨라졌다고 말한다.
펜실베니아 석탄 연맹의 렝철 글리슨 사무총장은 “석탄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석탄업계를 위협하던 많은 정책들은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한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탄광 일자리는 1% 증가해서 5만개 정도 이다. 대부분은 아시아 수출을 위한 제철용 석탄 채굴로 인한 것이다. 펜실베니아에서만 1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제철용 석탄 광산 3개가 새로 문을 연 덕분이다.
지난해 연초 태풍으로 호주에서 생산이 막히면서 아시아의 석탄 가격이 뛰어 올랐다. 그것이 미국의 수출의 문을 연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에 의하면 석탄 수출은 올해로 상승세를 멈출 것이고 화력발전에 쓰이는 국내 석탄 소비량은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이다.
셰일 개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석탄생산 주들조차 화력발전용으로 석탄 대신 천연개스로 바꾸고 있는 추세이다. 천연 개스는 계속 생산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연방 에너지청은 전망하고 있다. 화력발전용으로 천연개스는 현재 32%를 차지하지만 2019년이면 34%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석탄은 30%에서 28%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력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는 현재 10% 쓰이고 있지만 11%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즈미자는 이곳의 대부분 광부들처럼 탄광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앨라배마의 탄광 일자리도 알아보고, 과거 일했던 매릴랜드 탄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지난해 그가 4 웨스트에서 받은 연봉 10만 6,000달러보다는 훨씬 수입이 줄어들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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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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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누구를 찍었어도 변하지 않는것은 기름값과 개스값이 개속 하락하는한 사용하기 불편한 석탄을 쓸사람이 어데있나? 이 문제는 1980년대 2차 에너지 문제때부터 지속되여왔다.
참 안됬다.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그 중한 한표를 허비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