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슬럼가 연기 교실 인기…‘슬럼독 밀리어네어’ 아역 소개
▶ 간판장이 출신의 연기 코치, 다락방에서 무료로 열정 지도…“발리우드 많이 진출했으면”

바부라오 라자헤브가 뭄바이의 슬럼가에서 이끄는 연기 교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연기와 춤, 노래 등을 가르치며 스타의 꿈을 심어주는 곳이다.
인도의 꿈의 도시 뭄바이에는 스타덤을 향한,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 숨어 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쓰레기 더미를 몇 마리의 염소가 헤집고 있는 곳에서 우회전한 후 새로 지은 공중변소를 지나, 역경을 물리쳐주는 힌두의 코끼리 신 가네샤 신전을 알리는 손으로 그린 표지판을 찾아보라.
밧줄을 꽉 잡고 흔들대는 좁은 철 계단을 오르면 넓은 양철지붕의, 영화 포스터들이 가득 붙은 다락방이 나타난다. 어느 아침, 다락방 연단에는 이제 막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쉴 사이 없이 변하는 다양한 표정의 50대 남자가 학생들에게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난 너를 증오해” 그는 마치 쓰레기를 던져버리듯 손을 흔들며 말한다.
“난 너를 증오해” 학생들이 그를 따라 반복한다.
“오오, 정말 진저리가 나” 그가 코를 찡그리며 말한다.
“오오, 정말 진저리가 나” 학생들도 되받아 내뱉는다.
몇 명 아이들이 낄낄 댄다. 가장 어린 아이는 5살이고 영어 발음은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여긴 연기 교실이고 그들은 어떤 대사라도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이곳에 모인 20여명의 아이들은 수백만 인도 영화팬들과 같은 열망을 품고 있다 : 뭄바이의 해변 도심에 위치한 거대한 영화 산업의 본거지 ‘발리우드’에 진출하는 꿈이다. 이 도시의 거대한 슬럼가 다라비 출신이라는 비참한 환경 때문에 좌절하는 아이들은 없는 듯했다.
연기 코치 바부라오 라자헤브는 자신의 원룸 주택 위에 지은 다락방에서 빈민촌 아이들에게 매주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액팅과 댄싱, 스테이지 파이팅, 싱잉 등 인도의 영화제작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기술이 포함된다.
그의 강의는 거의 무료다. 체계적인 스포츠나 예능 수업 등이 돈 있는 아이들에게만 열려있는 이곳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과외활동 기회다. 그의 학생들 대부분은 TV나 영화포스터를 통해 멋진 남자배우나 예쁜 여자배우들을 흉내 내는 것 외엔 연기 경험이 없다.
라자헤브는 그동안 수백명 학생들을 배출했고 그들은 돈과 명예로 화려한 업계로 진출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같은 도시에 공존하고 있는지 상상하기 힘든 궁핍한 슬럼가 다라비와는 너무 멀어 보이는 곳이다.

라자헤브 연기 교실 수강생들이 낭독을 연습하고 있다.
그가 가르친 학생들 중 일부는 배우로, 댄서로, 모델로, 카메라맨으로, 메이컵 아티스트로, 세트 디자이너로, 조연출로 영화 및 텔레비전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다락방의 사방 벽은 그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발리우드는 이곳 아이들에겐 환상의 꿈”이라고 라자헤브는 말한다. “우린 영화와 함께 자랐지요. 영웅이 되는 꿈을 꾸는 것 그것이 이곳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랍니다” 이곳에서의 영웅, ‘히어로’는 무비스타를 뜻한다.
그러나 인도 전체와 마찬가지로 발리우드에서도 바닥부터 올라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톱스타들은 성공한 배우들이나 감독들의 자녀들이다.
라자헤브도 자신의 학생들이 유명배우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꿈의 성취가 가능해 보이도록 해준다는 명성정도면 충분하다.
그는 유명 영화제작사에 엑스트라 공급을 주로 하는데 10년 전 오스카상을 받은 ‘슬럼덕 밀리어네어’의 감독 대니 보일이 자신을 찾아와 아역배우 발굴을 의뢰한 것을 자랑스럽게 기억한다.
그의 학생들 중 몇 명이 이 영화에 출연했으며 이 영화에 의해 다라비는 가장 극심한 빈곤과 가장 절박한 꿈이 공존하는 곳으로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 출연이 그리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다. 라자헤브가 최근 뭄바이에서 촬영한 영화의 작은 역할로 출연하도록 도와준 베단트 셔크하네는 커다란 눈에 순수한 미소를 가진 8살짜리 깡마른 소년이다. 베단트가 맡은 역할은 영화주인공이 가난으로부터 구해낸 슬럼가 출신의 말썽꾼이었다.
“난 BMW에 탔었어요. 그들은 호텔 룸을 나 혼자 쓰도록 해주었고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주문해도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난 비스켓을 주문했어요”라고 베단트는 ‘꿈같았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4일간의 촬영을 마친 후 베단트는 2만 루피의 출연료를 받았다. 미화로 약 320달러, 다라비 주민 상당수의 한 달 임금과 맞먹는 그 돈을 재단사인 아버지에게 주었다는 베단트는 말했다. “난 정말 히어로가 되고 싶어요”
라자헤브가 영화계와 닿은 것은 우연이었다. 간판장이로 일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몸이 아픈 자신을 대신해 영화 세트장에서 페인터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발을 디딘 후 이것저것 관련 일을 하다가 엑스트라 모집 일까지 하게 되었다. 저예산 영화에선 그 자신이 아예 엑스트라로 나섰는데 한 영화에서 12개 다른 역할의 엑스트라를 그가 혼자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다라비의 아이들을 위해 액션 클래스를 시작했고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티칭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이 아이들 중 스타가 탄생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나 연기란 대중 앞에서 말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능력은 이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든 도움이 될 겁니다”
몇 명의 나이 든 학생들은 매주 6개원 동안 계속되는 코스에 약 250달러의 수강료를 내기도 하지만 라자헤브는 대다수 다라비 거주 아이들에게선 돈을 받지 않는다. 그의 간판 비즈니스는 디지털 시대에서 도태되었고 아내와 그는 영화 한 편 당 200달러 정도의 캐스팅 커미션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댄서의 꿈을 꾸고 있는 5살짜리 아들 니킬을 데리러 온 건설노동자 프라할라드 라나다이브(35)는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라자헤브는 (영화계와) 컨택이 있으니까요. 이 수업을 듣고 나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희망하는 거지요. 그러면 니킬은 나 같은 일은 안 해도 될 테니까요”

발리우드의 꿈을 안고 사는 소녀 안자니 굽타(10)를 비롯한 아이들 대부분은 무료로 연기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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