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스 부통령·김영남 위원장 회동 가능성 적지만 조우 배제 못해”
▶ 문대통령·김영남 회동, 대표단 참여 북한 실세, 한국 여론 변화 주목

미국 공식 방문단을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

북한의 고위급대표단장을 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연합>
문재인정부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북미 대화로 연결하는 ‘3각 소통’을 통해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복안이다.
평화 올림픽으로 진전되느냐를 가름하는 최대 관전 포인트는 고위급 북미 접촉 성사 여부이다. 북한이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보내겠다고 4일 밤 우리 측에 통보함에 따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 올림픽(9~25일) 개막 하루 전인 8일 평창 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는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단원 3명, 지원 인원 18명으로 구성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11일 우리 측 지역을 방문한다. 김영남 위원장은 북한의 헌법상 ‘국가 수반’이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김영남 위원장을 파견하는 것은 전 세계에 ‘정상 국가’임을 과시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무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 펜스와 김영남의 회동 또는 조우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일단 ‘김영남 방한’ 카드에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김 상임위원장이 군부 인사가 아니고 외교관 출신인데다 핵·미사일 개발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아서 펜스 부통령이 접촉하는 데 부담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유엔의 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은 인사이다. 또 북한의 국가 서열 2위이기 때문에 미국의 2인자인 펜스 부통령과 어느 정도 ‘급’이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평창 올림픽 계기로 북미 접촉을 가질 계획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2일 미국의 한 행사에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말해 북미 접촉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욱이 미국 측은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대화에 나섰을 뿐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서 조금의 변화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고위급 인사가 만나는 모습을 미국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계기에 북한인사와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 위원장과 회담이나 회동을 갖는 것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 현장 등에서 가볍게 조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조우가 단순히 악수하는 선에서 끝날지 아니면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서로 의중을 탐색하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개막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김영남 위원장이 자연스럽게 이들과 접촉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창 올림픽 계기로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조우할 수는 있으나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 진행되는 북한의 열병식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전시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서도 만남의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만남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전이 있을지 여부이다. 문 대통령은 김영남 위원장을 접견해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부터 시작해 김 상임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며 “다만 1대1 회담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회동을 계기로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해빙 무드가 지속돼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김영남 위원장과 함께 방남하는 대표단원에 북한의 권력 실세가 포함될지 여부이다. 북한은 3명의 대표단원에 대해 아직 통보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권력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대표단 일원으로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 번째 포인트는 남북한 단일팀과 공동 입장 등에 따른 한국 내부 여론의 변화이다.
한반도기를 든 남북한 선수단의 개·폐회식 공동 입장,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성적,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가 깊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활동 등이 우리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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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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