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세·윤도현·박정현·김범수 열창…배우 이병헌 ‘깜짝 등장’

故 이영훈 작곡가 [영훈뮤직 제공]
고(故) 이영훈 작곡가를 추억한 27일(한국시간 기준) 콘서트의 주인공은 시대를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그를 사랑한 가족과 동료들이 만들고 팬들이 피날레를 장식한 공연은 슬픈 추모식이라기보다 애틋한 축제에 가까웠다.
이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이영훈 작곡가의 육성으로 시작했다. 10년 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담백한 음성이 '깊은 밤을 날아서2'에 담겨 객석을 뒤흔들었다. 평일임에도 3천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이영훈 작곡가로 분했던 윤도현은 첫 순서로 등장해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휘파람'을 불렀다. 이어 한동근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펑키하게 소화했고,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옛사랑'을 애잔하게 연주했다. 장재인은 '가을이 오면'을, 한영애는 '광화문연가'와 '빗속에서'를,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애수'를 불렀다.
'소리의 마녀'로 불리는 한영애는 이영훈 작곡가를 따뜻하고 고독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번 공연이 유달리 떨렸다. '영훈씨가 왔나?' 싶어서 하늘을 쳐다보며 노래했다"며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간 그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 음악을 일상에서 친구처럼 옆에 두고 틈틈이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명품 보컬' 박정현과 김범수는 유난히 큰 박수를 받았다. 박정현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부른 뒤 "이영훈 작곡가님은 영혼을 담아 곡을 쓰시는 것 같았다. 저도 영혼을 담아 노래하겠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김범수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부른 뒤 "이영훈 작곡가님은 우리 시대에 다시 나오기 힘든, 그 시대를 품은 훌륭한 뮤지션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가수가 아닌 특별한 출연자도 있었다.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배우 이병헌이 그 주인공.
김설진은 '시를 위한 시'의 연주곡에 맞춰 역동적인 무용을 보여줬다. 그는 "어릴 땐 가사에 집중해 이 노래를 들었는데, 오히려 목소리가 없을 때 곡 자체로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기억이란 사랑보다'로 안정된 보컬 실력을 선보인 뒤 "이 노래들로 학창시절을, 그 긴 시간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훌륭한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선 건 부담스럽지만 제게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문세가 등장한 건 공연이 시작된 지 1시간이 훌쩍 지났을 무렵. 이문세와 이영훈은 1986년 이문세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13집까지 함께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낸 동반자였다.
이문세는 "처음 만났을 때 저는 25살, 이영훈 씨는 24살이었다. 노래가 사랑받으니 노래를 만드는 영훈 씨도, 부르는 저도 얼마나 신났겠느냐"며 "매일 작업실에 찌들어있는 시간조차 정말 행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요계에서는 새로운 노래가 발표되고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를 만들었으니 이 사람, 참 뿌듯할 것"이라며 "아마 이 자리에 있었으면 관객들에게 큰절을 올리지 않았겠느냐"고 웃어 보였다. 이어 '소녀'와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열창했다.
고인의 가족은 이날 무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영상 메시지로 관객들과 만났다.
아들 이정환 씨는 "새벽에 자다 깨면 아버지 방 밑으로 불빛과 담배연기가 조금씩 새어 나왔고, 피아노 건반을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며 "어린 나이에도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또 그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서 (아버지 방에)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추억했다.
아내인 영훈뮤직 김은옥 대표는 "가정적이고 사랑이 많았다. 집에 오면 아들과 저를 앉혀놓고 피아노를 많이 쳤다"며 "요즘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많이 듣는다. 사랑은 변할 수도, 작아질 수도, 커질 수도 있지만 기억은 늘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0분을 꽉 채운 공연은 이영훈 작곡가의 팬클럽 회원들의 '붉은 노을'로 대미를 장식했다. 순수하게 그의 노래를 사랑했던 이들에겐 앞서 출연한 뮤지션들보다 더 큰 갈채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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