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히어로 ‘팀 킴’인터뷰
▶ 카톡 응원 메시지 999+, 셀폰 켜보고 인기 실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컬링 대표팀이 인터뷰 중 단체 셀카를 찍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정 감독, 김초희,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은정.
“‘마늘소녀’ 말고 ‘컬벤져스’라 불러주세요.”
‘팀 킴(Team Kim)’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킵 김은정(28), 리드 김영미(27), 세컨드 김선영(24), 서드 김경애(23) 그리고 후보 김초희(20)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히어로다.
예선에서 세계 1~5위를 잇달아 누른 뒤 4강에서 일본과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는 등 올림픽 기간 이들이 빙판 위에 쓴 드라마에 한반도 전역이 들썩였다. 이들 ‘팀 킴’은 올림픽 이후 인터뷰와 광고 요청 등이 쇄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자 컬링 대표 5명 중 4명이 경북 의성 출신이라 지역 특산물에 빗대 ‘마늘소녀’라는 별명이 붙었고 외신들도 앞다퉈 ‘갈릭 걸스’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닉네임을 원했다. 컬링의 앞 글자 ‘컬’과 헐리우드의 슈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를 합친 ‘컬벤져스’다.
각자 캐릭터도 정했다. 김경애는 ‘토르’다. 밝고 활달한 성격,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딱 맞는다. 김영미는 ‘캡틴 코리아’다. 그는 “내가 원래 ‘캡틴 아메리카’ 팬”이라고 설명했다. “힘을 주체할 수 없다”는 김초희는 ‘헐크’다. 영화에서 헐크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여자친구인데 김초희는 “그래서 저도 여자친구를 찾는 중”이라고 깔깔 웃었다.
김은정은 ‘호크아이’. 그는 “내가 제일 힘이 없어서”라고 손을 내저었지만 김민정 감독은 “호크아이는 활만 들면 무적이듯 은정이는 스톤만 들면 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촐싹거리는 김선영은 ‘스파이더 맨’이고 사령탑 김민정 감독은 두말할 것 없이 ‘아이언 맨’이다.
큰 안경을 쓴 채 무표정한 얼굴로 스톤을 던진 김은정은 ‘안경 선배’로 통한다. 그는 “10년 간 언니 역할을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는 선배 느낌으로 보였나 보다. 나도 안 늙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민정 감독이 “제가 선수 시절에 은정이와 영미가 막내였는데 특히 은정이는 애교 부리고 ‘깨방정’ 떠는 최고의 막내였다. 손톱에 네일아트 한걸 보라”고 했다. 김은정의 손톱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김은정이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영미~”를 외치는 바람에 김영미는 ‘국민 이름’이 됐다. 김영미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오면 소주 한 병 공짜 마케팅을 펴는 가게도 많다. 김영미는 “친구들이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연락 온다”며 “내 입으로 뜻을 말하긴 쑥스러운데 ‘꽃부리 영(英)’에 ‘아름다울 미(美)’”라고 수줍어했다.
이들은 올림픽 기간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폰을 자진 반납해 인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관중 함성이 커지고 취재진 숫자가 늘어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 뿐이다. 시상식 후 선수촌으로 돌아가서 휴대폰 전원을 켠 뒤 실감했다. 김선영은 “카카오톡 메시지는 1,000개가 넘어가면 999+로 뜨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은정은 “팬들이 우리가 휴대폰을 받을 시기에 맞춰서 포털사이트에 ‘수고했어 여자 컬링’이라고 계속 쳐서 한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는 말을 들으니 확 와 닿았다”고 했다.
“SNS 메시지가 너무 많이 와서 알람을 다 꺼뒀다”는 김영미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인데, 시구를 부탁해주신 메시지는 너무 기뻤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영미 외에도 선수 모두가 삼성을 응원한다. 서울이 고향인 김초희도 “나도 모르게 삼성 팬이 됐다”고 했다.
광고 요청이 물 밀듯 쏟아지는 이들에게 청소기 광고가 어울릴 것 같다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김영미는 “소외된 계층, 아이들을 위한 광고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은정은 “평창 올림픽처럼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좋을 것 같다. 돈의 문제를 떠나서 공익성 있고 사회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광고”라고 희망했다.
목표를 묻자 선수들은 “은메달을 넘어 꼭 세계 정상에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미가 “야구의 이승엽처럼 오랫동안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팀 킴’이 오랫동안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말하자 ‘컬벤져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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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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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벤져스 언니들 수고 많았어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