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수명’이 아닌 ‘건강 수명’ 을 연장하는 것이 관건
진정한 수명 연장은 ‘나이 수명’ 보다는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젠스 모텐슨, 뉴욕타임스>
심각한 질병의 가장 보편적인 위험요소는 고령이다. 심장병, 암, 뇌출혈 등 각종 뇌졸중 질환, 당뇨병 등은 고령화되면서 발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고령일수록 이같은 병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개를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같은 질병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이는 나이 자체를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는 획기적인 발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도록 창조됐다. 기록상 가장 장수한 사람은 지난 1997년 122세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진 칼멘트였다. 오는 2040년, 스페인 국민의 평균 수명은 86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평균 수명이 가장 긴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아직도 과학·의학계에서는 인간이 최상의 조건에서 얼마나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16년 과학자들은 인간 수명의 상한선을 115세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탈리아 노인들의 사망률을 조사한 과학팀은 인간 수명의 상한선은 없다고 발표하며 화제가 됐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동물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세포와 분자가 어떻게 변하고 노화하며 악화되는지를 연구해왔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마요 클리닉의 타마라 추코니아와 제임스 커크랜드 박사는 이같은 세포와 분자의 변화를 네 가지로 나눠 요약했다. 4가지 변화는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 ▲세포 장애(cell dysfunction) ▲줄기세포(stem cell)가 변이하면서 재생에 실패 ▲고령화로 인한 질병 발생 시 나타나는 세포의 노쇠기(cellular senescence) 로 요약된다.
과학자들은 노쇠화 된 세포는 담백질과 지질(lipid), 당질 등 생체를 구성하는 주요 유기물질군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하며 결과적으로 염증과 세포 조직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이같이 변이되고 파괴된 세포를 건강한 동물의 무릎 조직에 이식한 결과 인간의 골관절염과 비슷한 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이같은 노화 세포가 거의 없지만 나이가 들고, 특히 60세 이후에는 노화 세포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이들 노화 세포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세포까지 함께 늙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노화 세포는 없애고 젊고 건강한 세포는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연구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시험에서 두 가지가 노화 세포 발생 현상을 개선하는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나는 만성골수성백혈병(CML) 등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 ‘다사티닙’(dasatinib)이다. 또 하나는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식물성 플라보놀인 ‘퀘르세틴’(quercetin)으로 항산화 효과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두 가지를 늙은 생쥐에 함께 투입한 결과 심장 기능이 개선되고 활동력이 증가했으며 골다공증 발생이 지연되는 등 신체 기능 장애를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추가로 이미 인간 사용이 승인된 다른 약들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시험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같이 노화 세포를 없애주는 약들을 통틀어 ‘세놀리틱’(senolytics)으로 지칭한다.
알버트 아인스타인 의과대학의 닐 바질라이 박사는 지난 60년간 당뇨병 치료에 사용돼 온 약 ‘메트포르민’(metformin)이 노화 세포 제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질라이 박사는 “만약 약이 나이가 드는 고령화 현상을 치료할 수 있다면 고령화 현상도 병이라고 볼 수 있냐?”고 반문한다.
바질라이 박사는 “연방 식품의약국(FDA), 또 나는 고령화 현상을 ‘병’이라고 결정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진행하는 연구의 목적은 심장질환과 암 등 고령화와 연관된 질병들을 예방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노화 세포 제거에 효과가 있는 또 다른 약 후보군으로는 보조효소의 일종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로 세포 생성과 신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기여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을수록 신체에서 N.A.D.는 감소해 고령 환자의 혈액에서는 거의 발견을 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에 따라 하바드 대학의 데이빗 싱클레어 교수는 이같이 신체에서 N.A.D.를 생성하는 방법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효모, 연충류, 파리와 생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험에서 N.A.D.를 투입한 결과 고령화와 노화에 따른 일부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으며 현재 인간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현재 N.A.D.를 판매하는 건강업소까지 등장했다고 전하면서도 N.A.D. 또는 메트포르민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권장하지 않았다. 그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와야지만 인간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 또는 부작용이 확인될 수 있다며 아직 이들을 맹신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유니버시티 오브 일리노이 시카고의 S. 제이 오르샨스키 역학 교수는 널리 인용된 조사를 통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상한선을 대략 85세로 제시했다.
오르샨스키 교수는 “인간의 여러 장기, 예를 들어 뇌는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디자인됐다”며 “우리는 무리하게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면서 다양한 부작용을 보고 있다. 이들 부작용 중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관절과 엉덩이 질환, 근육질 감소 등이 있다”고 말했다.
오르샨스키 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은 실패의 결과 보다는 성공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오르샨스키 교수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나이 수명’(life span)을 연장하기 보다는 ‘건강 수명’(health span)을 연장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어떤 과학자도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과 의료의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게, 늙게 사는 가능성에 가까이 와있다.
싱클레어 교수는 “현재 수십 개의 기업들이 노화 연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몇 개의 의미있는 성공사례가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조환동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단백질 충분히 잡수시고 운동 열심히 하세요. 특히 50이 넘으면 팔 다리 근력운동을 많이 하세요. 고령이 되면 근육이 줄어 들어서 노화가 금방 온다고 합니다.
그대께서나 적당히 지겨운일이 많으시면
적당히 살다가자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