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전 국방장관 마약범죄 혐의 놓고 미·멕시코 사법당국 갈등

시엔푸에고스 전 멕시코 국방장관 [ 로이터 = 사진제공 ]
멕시코의 전직 국방장관을 둘러싸고 미국과 멕시코 사법당국이 연초부터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이 전 장관에게 제기한 마약범죄 연루 혐의를 멕시코가 뒤집으면서 마약 수사를 둘러싼 양국 공조가 삐걱대는 모습이다.
문제의 인물은 2012∼2018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퇴역 장성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72)다.
그는 작년 10월 가족과 미국을 방문했다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미 수사당국은 수년간의 수사 결과 그가 장관 재직시절 마약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고 마약 거래에 공모하거나 카르텔을 비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카르텔 관계자 등의 블랙베리 메신저 대화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대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라는 인물이 시엔푸에고스 전 장관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군 고위 인사가 미국에서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어서 멕시코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시엔푸에고스에 대한 미국의 수사와 체포 사실을 미리 귀띔받지 못한 멕시코 정부는 미국 측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고, 미국은 멕시코 측의 압박에 결국 지난해 11월 시엔푸에고스를 풀어줬다.
당시 미 법무부는 멕시코 측에 수사 자료를 넘기며 그가 멕시코법에 따라 수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멕시코 정부가 시엔푸에고스 석방을 끌어내기 위해 자국 내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을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엔푸에고스는 자유의 몸으로 멕시코에 돌아왔고, 두 달 후인 지난 14일 멕시코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넘겨준 자료를 조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검찰의 결정을 옹호하며 DEA가 혐의를 '조작'했다고까지 표현했다.
멕시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놓고 예견된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멕시코 외교부는 15일 미국 측에서 넘겨받은 751쪽 분량의 관련 수사자료 전체를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곧바로 반발했다.
미 법무부는 성명에서 시엔푸에고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한 멕시코의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수사 자료를 공개한 것은 "양국간 형사사법 공조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미국이 멕시코의 수사를 돕기 위해 계속 정보를 공유해도 좋은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멕시코 검찰은 이후 시엔푸에고스에 대한 자체 수사 자료도 공개했는데, 이름 등이 가려진 편집본이었다.
이번 일로 국경을 맞댄 미국과 멕시코의 수사 협력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약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미국 시장으로 가는 마약 생산과 유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멕시코는 마약 수사에서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멕시코 안보 전문가 알레한드로 호페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수사 자료 속의 메신저 대화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죄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멕시코 검찰은 미국과의 엄청난 마찰 소지를 만들었다. 이번 수사뿐만 아니라 정부가 매달리는 다른 수사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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