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정치적으로 안전’ 믿음 깨졌다” 10년간 미 떠난 과학자 3배 급증
▶ 중 방첩법 강화로 간첩 혐의 우려…미 기업, 데이터 분리 생존책 고심 “미중 갈등, 양국 모두 피해” 경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여파로 양국에 각각 터를 잡았던 상대국 학계 및 재계 인력이 짐을 싸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과학자들은 ‘정치적으로 안전하다’란 믿음이 깨졌다며 미국을 떠난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불똥이 튈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과학 인재와 해외 기업의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경우, 결국엔 양국 모두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근 10여 년(2010~2021년) 사이 미국에서 이탈한 중국계 과학자 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18년부터 3년 동안 미국을 떠난 과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대부분은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미국 내 중국계 과학자들의 탈미 행렬에 속도가 붙은 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제정된 ‘차이나 이니셔티브’와 무관치 않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최신 기술 등 민감한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지식재산권 관련 미국판 ‘반(反)간첩법(방첩법)’이다. 이를 근거로 미 법무부는 중국의 영업 비밀 침해와 인재 유출 등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해 왔다. 당시 수 백 명의 중국계 과학자들도 미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2021년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 학계 내 중국 혐오론을 부추긴다’며 지난해 초 이를 폐기했다. 하지만 중국계 과학자들은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PNAS가 지난해 3월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학자 1,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학자로서 미국에선 안전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제니 리 애리조나대 고등교육연구센터 교수는 “중국과의 협력에 낙인이 찍히는 오싹한 효과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관계 악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방첩법을 강화해 해외 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섰다. 이달 1일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기밀의 범위를 문건·데이터 등으로 넓혀 유출 시 처벌토록 한 개정 방첩법이 시행된 것이다. 지난 3월 민츠그룹을 시작으로 베인앤드컴퍼니 등 미국 컨설팅 회사들을 줄줄이 조사하며 미국계 기업들을 일찌감치 압박한 것도 ‘미국으로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의 ‘대미 선전포고’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데이터 분리’ 정책에 속도를 내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방첩법과 관련, 작은 불씨라도 피하기 위해 아예 데이터를 ‘현지화’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한 컨설팅 기업은 회사가 쓰는 거의 모든 디지털기기 프로그램의 ‘중국용’ 버전을 개발했다. 중국어 서버는 물론, 직원들이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쓰던 노트북 등을 해외로 가져가지 않는 건 물론이다.
FT는 “과거 해외 기업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전자기기를 중국으로 가져가는 걸 꺼렸다”며 “이제는 방첩법 위반 우려에 중국을 떠나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똑같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중 관계 악화가 낳은 이런 현상들은 양국 모두에 피해를 안기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이민 연구 부소장은 “미국만 해도 첨단 기술 분야의 많은 연구원들이 중국 출신”이라며 “이는 미국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포린폴리시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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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이 서로에게 있겠으나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겠다. 단, 장기전으로 볼땐 미국에게 유리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