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첨단산업 갈등 재점화
▶ 차 산업에 범용칩 95% 쓰이는데 중국산 칩 저가 앞세워 시장 점령, 미 강경조치에 태양광 등 포함될듯…중, 생명과학 기술도 목록에 올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 차량 ‘훙치’를 앞에 두고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차 정말 멋지다”라고 운을 떼자 시 주석은 “나의 훙치다. 국산”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재선에 비상등이 들어온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를 넘어 범용 반도체 규제까지 검토하고 나섰고 물가를 자극할라 금기시했던 대중국 관세 인상 카드까지 테이블 위로 끌어올렸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를 넘어 가공 기술과 첨단산업 기술까지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우선 미국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도 규제를 가하려는 것은 최근 중국산 저가 공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범용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의 공정으로 제조된 제품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약 95%가 범용 반도체다. 현재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과 대만이 전 세계 제조 능력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범용 반도체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의회에서도 긴급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이달 12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범용 반도체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쥘 수 있다”며 상무부에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즉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자동차·가전제품·항공우주·방산 등에서 널리 쓰이는 범용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쥐락펴락할 경우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휘청일 수 있으므로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은 기업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에 대한 관세 등의 부과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무부는 조사 내용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에 지원하는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결정에 참고할 계획이다. 미국 방산 업체들이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단계적으로 하지 않도록 설득도 할 방침이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 조치는 범용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부는 전기차 등 3000억 달러(약 391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상 대상에는 전기차뿐 아니라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배터리팩 등이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이들 청정에너지 제품 외에 전략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관세에 대한 장기 검토를 내년 초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희토류 자립에 나서려는 서방을 견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21일 상무부·과학기술부는 ‘중국 수출 금지, 수출제한 기술 리스트’ 개정판에서 희토류 분리, 금속 및 고성능 자석 생산 기술은 수출을 금지하고 희토류 채굴·선광·제련 기술 수출에는 제한을 두기로 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를 쥐고 ‘자원 무기화’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서방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분주한데 이에 중국이 기술 수출제한이라는 맞불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에는 희토류 기술뿐 아니라 첨단산업 관련 제품과 기술 또한 대거 포함됐다. 레이저 레이더, 드론, 생명공학 관련 핵심 기술을 새 수출통제 목록에 올렸다. 세부적으로 특정 정확도 이상의 기능을 갖춘 레이저 레이더는 자유롭게 수출할 수 없다고 명시했고 원자외선 레이저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제한을 뒀다. 무인기 자율 항법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가 통제 목록에 포함됐으며 작물 교배, 인간 세포 복제, 유전자 편집 등과 관련한 기술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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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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