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본토 타격 가능…남중국해·대만해협 겨냥 배치
미국이 필리핀에 배치한 최신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철수하지 않고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 관리들은 미군과 필리핀군이 남중국해에 면하고 대만해협과 가까운 루손섬 북부에 배치된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 '타이폰'(Typhon)의 훈련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미 본토로 철수하는 계획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군 대변인인 루이 데마알라 대령은 타이폰을 활용하는 훈련이 진행 중이며, 타이폰을 필리핀에 얼마나 더 남겨 둘지는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USARPAC)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데마알라 대령은 지난 7월 미군이 '중거리 화력 체계'(MRC·타이폰의 다른 명칭)를 9월에 미 본토로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철수 예정일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의 한 고위 관리와 다른 소식통도 미국과 필리핀이 타이폰을 이 지역 분쟁 발생 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 시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또 미군이 타이폰을 당장 철수할 계획이 없으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타이폰을 필리핀에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중국)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말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도 새뮤얼 퍼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대외 억지력 강화를 위해 "최신 무기체계를 더 확보하기를 바란다"면서 "여기에는 MRC가 포함된다"고 밝혀 타이폰 도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타이폰은 지난 4월 11일 필리핀에 반입됐으며, 4∼6월 열린 양국 연례 합동훈련인 '발리카탄'과 '살락닙'에서 사용됐다.
이는 1987년 옛 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중거리 미사일을 처음 배치한 사례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신형 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특히 토마호크는 사정거리가 1천600㎞ 이상이어서 필리핀에서 중국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
로이터가 확보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타이폰은 현재 루손섬 북서쪽 끝 일로코스노르테주의 라오아그 국제공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필리핀 본토에서 중국 본토·대만해협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직접 충돌하고 있을뿐더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이에 맞서 대만을 지원하는 미군 주요 전력이 배치된 핵심 동맹국이기도 하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대립하는 중국은 타이폰의 필리핀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이를 비난해왔다.
하지만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선박이 여러 차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대립이 거세지자 미국과 필리핀이 중국 견제를 위해 타이폰의 현지 배치를 장기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미사일 전력상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대함 무기를 아시아에 비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미국 군수 물자 구매 계획에 따르면 미군은 향후 5년 동안 SM-6 미사일을 800기 이상 조달할 계획이며, 토마호크 미사일은 이미 수천 기가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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