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구리에 고관세 얘고
▶ 5년 뒤 구리수요 100만톤 늘어
▶ 미 생산확대로 자급률 제고 의지
▶ 규제에 광산 채굴까지 29년 소요
▶ 구리가격 폭등에 역풍 맞을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한 것은 국가 안보와 첨단 산업에서 구리가 핵심 광물 중 하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및 송전망 구축에 막대한 구리가 필요하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기업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한 포럼에서 “AI와 데이터센터 발달로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00만 톤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함·전투기 등 군수장비에도 구리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25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구리는 미국 무기 체계에 두 번째로 널리 사용되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에서도 배터리를 중심으로 구리가 많이 쓰인다.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당 들어가는 구리는 평균 83㎏으로 하이브리드(39.9㎏), 내연기관차(21.8㎏)보다 월등히 많다.
앞으로 구리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L 부시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에서 “2050년까지 구리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75% 급증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구리 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교수에 따르면 1995년 미국의 구리 수입 의존도는 10%에 불과했지만 최근 약 50% 수준까지 늘었고 2035년에는 66%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구리 수입국 1위는 칠레(61억 6100만 달러), 2위가 캐나다(39억 9400만 달러), 3위는 멕시코(9억 8000만 달러)였다. 한국은 ITA 기준 5억 9500만 달러로 6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리 생산을 해외 공급망에 맡길 경우 유사 시 미국 국가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관계자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AI에서의 구리 수요를 고려하면 미국 내 구리는 부족해질 것”이라며 “이 부문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확실한 무역보호 조치가 없으면 미국은 구리 제련 및 정제 용량 개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무역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철퇴를 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구리는 채굴과 제련 및 정제, 반가공 및 최종 제품 제조라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이 중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제련 및 정제 능력의 97%를 독점하고 있다.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철강과 알루미늄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세계 구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초과 생산과 덤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구리를 수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세계 각국에 값싼 구리를 수출해 구리 가격을 낮췄고 이로 인해 미국 구리 산업을 황폐화시켰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관세를 통해 외국산 구리 수입을 막고 미국 내 구리 생산을 늘려 자급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날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미국의 구리 생산량이 중국의 14%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 우라늄, 티타늄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구리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금속에 대한 관세를 철과 알루미늄에서 구리로까지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구나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구리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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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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