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토지(土地)’는 20여년에 걸쳐 집필된 일제시대 한 가문(최 참판 댁)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조국과 만주벌판을 무대로, 등장인물들만도 방대한 장편소설인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작가의 특출한 시대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각의 집대성이 된 장편임에도 지루하지 아니한 대작이다.
만일에 작가가 생존해 계시고(생존자만 노벨상 수상 가능) 현재와 같이 출중한 번역 문학가가 있는 세상이었다면 영미권에도 알려져 노벨 문학상의 문도 능히 넘었을 것이나, 이 모두 현실이 아니라 아쉽기 그지없다.
한편‘백년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의 가브리엘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작가도 20여년의 구상을 거쳐 2년 조금 남짓해 작품을 완성했다. 우리들에겐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에서 수없이 나오는, 발음하기도 힘들고 생소한 러시아계의 이름들과 같이 되풀이 되는 생소하기도 비슷비슷한 라틴계 이름들로 인해 소설의 줄거리조차 가늠하기 난해한 것이 사실이라 문학 전공인이 아닌 단지 애호가들인 우리들에겐 사실 소설로 독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여 마침 넷플릭스를 통한 7-8회에 걸친 시리즈로 그것마저 힘들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7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백 년동안의 부침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후 라틴 아메리카 전체, 특히 콜롬비아의 내전과 혼란기를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작가는 잘 서술해주고 있다.
환상적, 주술적, 비현실적인 면이 강해 언뜻 이해난망이나 이 또한 라틴문학계의 한 사조라니 그러려니 인정할 수밖에. 문학적 가치로서 학계에선 높이 평가한 것 같다(1967 노벨상 수상). 또한 라틴 아메리카계의 인구밀도가 아시아계의 인구에서나 결집력 면에서 훨씬 우월함이 이 작품이 더 세상에 알려진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로선 자격도 되지 못해 작품의 문학적 평가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역사적 측면에서 좀 더 접근해 봄이 더 편할 것 같아 그리 해볼 심산이다.
콜롬비아의 보수파 정부군과 자유파 반란 혁명군들의 이념 전쟁으로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될 때 나온 말이 “이념이 민중 위에 설 수 없다”이다.
1898년 보수파의 부정선거로 야기된 천일전쟁은 보수파, 자유파 어느 누구도 이기지 못한 전쟁이었다. 국력은 쇠퇴하고 국토는 황폐해졌으며 혁명군 사령관조차 전쟁의 목적 등에 깊은 상실감으로 인해 깊은 고독에 빠진다. 전쟁은 여하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을 작가는 강조한다.
우리 조국에서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극우세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세력인가를 성찰 반성해야 될 줄로 믿는다.
법도 없고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 공동체에 각종 규제를 들고 통제하려는 보수당 정부가 임명한 소위, ‘조정관’의 부임으로 마을 공동체는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 주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게 됨을 보게 됨은 오늘 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어찌 이렇게도 같을 수 있는가!
‘토지’에선 아씨 최서희가 있다면 ‘백년의 고독’에선 오직 정신이 똑바로 박힌 우르슬라 이구아란(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아내-집안의 대들보)을 세상의 본보기로 꼽고 싶다. 박경리 선생(1926-2008)과 가브리엘 마르케스 작가(1927- 2014)는 동시대를 살다간 아시아권과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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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 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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