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들이 앙상한 가지로 바람에 흔들렸던 계절. 추위가 깊어 갈 수록 몸을 움추리고 바람만 문득 문득 가슴 사이로 불어 드는 듯했던 지난 늦가을, 예전에 다니던 짐(gym)에 다시 등록을 했다. 동네를 걷다가, 텅 빈 거리의 쓸쓸함이 느껴지며 누군가 옆에서 땀 흘리고 있으면 그 걸 보며 같이 땀 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마침 메디케어 어드벤스(Medicare Advance)카드가 있어서 짐(Gym)에 무료로 등록.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구나. 평생 세금을 냈더니65세가 넘자 신통한 혜택도 받는구나 싶었다. 이런 프로그램도 무료라니 기분이 좋았다. 공짜라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거의 매일 오전 요가 시간에 참석한다. 42명이 정원이라고 하지만 20여명 남짓 요가클래스에 들어온다.
젊은이들, 청년들, 나 같은 초보자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선생님의 싸인에 따라 열심히 동작을 따라한다. 실내의 온도는 95도 정도(섭씨35도 정도)에 맞춰 있고 습도는 60-70정도인 실내. 이름하여 ‘Heated Yoga’.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온도 인데, 그 안에서 힘든 요가 동작을 쉬지 않고 이어가니 땀은 줄줄 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진다. 수건을 옆에 놓고 연신 닦으며 동작을 이어간다. 힘들면 잠시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기도하고 아기동작으로 쉬기도 하지만 대부분 천천히라도 따라한다. 제법 잘 따라 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매트엔 땀이 뚝뚝 떨어지고 온몸엔 땀이 비오 듯 젖는다. 한 시간은 금새 지나가고 길게 대자로 누워, 잠시 쉬며 숨고르기를 하며 클래스를 마친다.
‘요가는 마음과 몸을 잇는 댄스’라고 누군가 말했다. 한시간 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로지 요가 동작에 집중해 몸을 움직이고 들숨과 날숨에 몸을 맞기며 동작을 이어간다. 요가는 인도의 정신 수련법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인도말로 ‘Yuj’를 근원으로 ‘결합하다’라는 뜻이란다. 특정한 자세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해 정신적으로 초원적 자아와 하나가 되어 무아지경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초보인 나는 무아지경에 이르지는 않지만, 운동을 하는 내내, 동작과 호흡에만 집중하며 땀을 흘리므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한시간 땀을 흘리고나면 온몸의 뼈마디가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온 근육이 늘어나며 체형이 잡히는 느낌이다.
요가 몇달 했다고 늘어난 뱃살이 줄어들리 없고 처진 목주름이 펴질리도 없다. 잘 알지만 운동 후의 뿌듯함은 심한 중독이 되어 내게 다가온다. 시원한 찬물 한잔 마시고 다음 코스로 향한다. 잠시 땀을 식히고 수영을 조금하고 뜨거운 싸우나에서 땀을 더 빼고 나면 그야말로 날아갈듯한 기분이다.
건물을 나와 주차장으로 나오며 만나는 바람. 먼 산의 풍경들. 매일 같은 시간에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늘 다르게 다가오는 신선함.
산정엔 아직 가득한 눈이, 산 아래의 마을엔 봄을 기다리는 정겨운 푸르름. 시선 가까운 곳에는 겨울바람을 이긴 억새가 흔들리고, 나목들의 허전함 마져 다정히 다가오는 시간. 오늘 하루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소한 행복을 사랑하는 이에게 오롯히 전한다. 사는 일은 참 감사한 것이라더라고…
<
전지은 수필가전지은 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