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건강·의료 칼럼
▶ 노화 연관 ‘텔로미어’ 단축 속도 늦춰
▶ “보충제로만으론 부족… 추가 검증 필요, 건강한 식단·생활습관 지키는 게 핵심”
이번 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를 더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을 늦추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서둘러 보충제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며, 미국인의 대다수는 이미 식이와 햇빛을 통해 충분한 비타민 D를 섭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및 여러 대학의 연구자들은 염색체 끝단에 있는 DNA 보호 캡인 ‘텔로미어’에 주목했다.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생물학적 ‘시계’와도 같고, 짧은 텔로미어는 특정 질병의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비타민 D 보충제가 이러한 텔로미어의 단축 과정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비타민 D와 텔로미어 길이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있었지만, 대부분 관찰 연구였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설계되어 결과에 더 신뢰를 부여한다. 브리검 여성병원 예방의학과장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조앤 맨슨 박사는 “이번 결과는 고무적이며 추가 연구를 수행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타민 D 섭취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 전에 추가 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텔로미어 단축 속도 감소
이번 연구 결과는 맨슨 박사와 브리검 여성병원의 연구진이 5년간 진행해온 대규모 연구인 ‘VITAL 시험’의 일부다. 이 시험은 미국 내 55세 이상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 총 25,871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D3(하루 2,000 IU)와 오메가-3 지방산(하루 1g)이 암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텔로미어 관련 연구는 이들 중 약 9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주로 보스턴 지역에서 모집된 이들의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를 기초 시점과 2년, 4년 후에 측정했다. 연구 결과, 위약을 복용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비타민 D를 복용한 그룹은 4년 동안 텔로미어 단축이 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는 텔로미어 길이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텔로미어와 노화의 연관성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가 서로 융합하거나 재배열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복제할 때마다 텔로미어는 조금씩 짧아지며, 이 과정은 노화는 물론 감염,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맨슨 박사는 비타민 D 보충 효과는 염증을 줄이는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염증은 자가면역 질환과 암 등과도 관련이 깊다.
비타민 D가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맨슨 박사는 이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타민 D 보충제로 줄어들지 않는 만성 질환들도 많다”며 “식이 보충제는 절대로 건강한 식단과 생활습관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보충제보다는 식단과 생활습관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염증 수치가 높거나 염증과 연관된 만성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타깃형 비타민 D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방식으로 참가자들을 비타민 D 복용 그룹과 위약 그룹에 배정해, 나이, 건강 상태, 식단, 생활습관 등 주요 요인을 균형 있게 맞췄다. 무작위 배정은 임상 연구에서 가장 신뢰받는 설계 방식 중 하나다.
맨슨 박사는 “텔로미어 단축과 만성 질환 위험 요소들, 즉 나이, 인구통계, 신체활동, 식단, 고혈압, 당뇨병 등 은 무작위 배정을 통해 균형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즉, 두 그룹 간 유일한 차이는 비타민 D 복용 여부뿐이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이중 맹검으로 진행되어, 연구자와 참가자 모두 누가 보충제를 받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른 연구와 전문가의 견해
모든 연구가 이번 결과처럼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 2023년 논문은 “대부분 비타민 D가 충분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보충은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호주 브리즈번의 QIMR 버호퍼 의학연구소 연구진은 1,51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의 절반에게 매달 비타민 D를 투여했지만, 텔로미어 길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2009년 텔로미어 보호효소인 ‘텔로머레이스’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UC 샌타크루즈의 캐롤 그라이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라이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정량적 중합효소 연쇄 반응(qPCR) 기법은 여러 논문에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하는 임상 표준 기법은 ‘Flow FISH’로, 재현성이 높다.
또한, 혈액 내 세포 유형이 바뀌면 평균 텔로미어 길이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텔로미어 길이 변화가 아니라 세포 구성 변화 때문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녀는 2024년 우주비행이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를 늘렸다고 주장한 연구를 반박한 Aging Cell 3월호의 관점을 인용하며 “실제로 길어진 것이 아니라 백혈구 내 구성 비율 변화로 평균 길이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비타민 D가 텔로미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론은 세포 구성 분포에 대한 통제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변화를 측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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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en Ches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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