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스타인 성 접대 고객 명단 의혹 둘러싼 법무부 ‘말바꾸기’가 발단
▶ 트럼프, WSJ 보도 계기 ‘우군’ 폭스뉴스 대주주인 머독과 갈등 조짐
▶ 정적이 된 ‘대선 일등공신’ 머스크, SNS에 연일 글올리며 공세 고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죽은 제프리 엡스타인이 '살아있는 세계 최대 권력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성'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수감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엡스타인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를 굳건히 뒷받침하고 있는 '트럼프 진영'이 분열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관·재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제했던 엡스타인이 작성한 '성 접대 고객 리스트'(이하 리스트)가 있다거나, 그의 사인이 타살이었다는 등의 '음모론'은 트럼프 진영에서도 고도로 관심을 갖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팸 본디 법무장관이 지난 2월 엡스타인의 리스트를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 본디 장관의 2월 발언과 충돌하면서 거센 논란을 부른 것이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공화당원'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내부에서 본디 장관 해임 요구가 제기됐고,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라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작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핵심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직후 엡스타인 성추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취지의 글을 엑스에 올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행정부는 물론, 상·하원 모두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연방 의회,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대3으로 압도하는 연방 대법원 등 미국 삼권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공고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권력'의 더 근본적인 기반이라 할 마가의 동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심각한 사안이 됐다.
대선 부정선거론을 비롯해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들로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엡스타인을 둘러싼 음모론을 미숙하게 처리한 참모의 실책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엡스타인 문제를 "지겨운 일" 또는 "민주당의 농간"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지지층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등 파장을 축소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공공연히 어울려 다녔던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 대해 하는 발언을 '객관적 제3자' 발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연결하는 매체라 할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대주주인 루퍼트 머독이 엡스타인과 관련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거액 소송의 피고가 되면서 일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엡스타인에게 보냈다는 취지의 WSJ 보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지난 18일 제기했다.
거액 소송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이 갈등을 겪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폭스뉴스의 '밀월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 등 폭스뉴스 인사를 대거 정부 요직에 기용하고, 자주 폭스뉴스 인터뷰에 응하는 등 대표적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통해, 엡스타인의 기소 과정에서 나온 대배심원 증언을 공개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함으로써 의혹을 정면돌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엡스타인의 대배심원 증언 공개, 머독과의 명예훼손 소송 등에서 자신에게 타격이 되는 내용이 나올 수 있고, 직접 타격이 되는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당분간 '살얼음' 위를 걷는 형국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 된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6일부터 SNS 엑스에 직접 쓰거나 재공유한 30여건의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처리한 방식을 비판하며, 자신의 영향을 활용해 트럼프 지지층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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