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최근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이하 UC) 시스템이 전체 캠퍼스의 쿼터제를 학기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이는 단순히 학사일정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자녀의 학업 리듬, 대학 내 학문적 경험, 졸업 시기, 심지어 취업과 인턴십 일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다.
특히 자녀가 UC 재학생이거나 진학을 준비 중인 가정이라면, 이번 정책 논의는 더욱 민감하게 살펴봐야 한다. 필자 역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로서, 학기제 전환의 실익과 우려 사이에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UC 학기제 논의의 배경과 쟁점, 부모가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데이터와 함께 정리해 본다.
1. 쿼터제, 왜 부담이 되었나?
UC의 10개 학부 캠퍼스 중 버클리(UC Berkeley)와 머세드(UC Merced)를 제외한 8곳이 10주 단위로 구성된 쿼터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진학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으로 쿼터제는 속도감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과제와 시험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휴식 시간이 부족해 많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 해 왔다. 특히 시간관리에 약한 학생들에게는 학업 몰입도와 성적 유지가 어렵고, 빠른 진도 탓에 과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소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왔다.
2. 학기제 전환 시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학기제 전환은 학생의 학업 경험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15~16주로 운영되는 학기제는 과목당 학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깊이 있는 이해와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쿼터제에서는 보통 한 주에 교과서 한 챕터 이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정보 과잉” 혹은 “소화 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이 학기제를 따르기 때문에 그간 UC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일정상 불리한 점이 있었다. 따라서 학사 일정이 통일되면 여름 인턴십 및 취업 기회 증가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UC 샌디에이고를 졸업한 한 학생은 최근 L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대학은 학기가 끝났는데 우리는 아직 수업 중이어서 인턴십 지원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은 5~6월에 인턴십이나 채용 일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UC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외에도 캠퍼스 간 공동 수업, 복수전공, 교수진 연계 등은 일정 통일 없이는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UCLA의 학부는 쿼터제를 운영하지만, 법대는 학기제를 사용한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학생 혼란과 행정 비효율을 초래해왔다. 따라서 학기제로 전환이 되면 UC 내 여러 캠퍼스에서 공동 프로그램이나 교수진 교류가 활발해지며, 전과나 복수전공, 교환수업 등도 수월해질 수 있다.
3. 우려와 쟁점: 천문학적 비용과 단기적 성과 저하 가능성하지만 모든 변화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UC 자체 추산에 따르면, 전체 시스템을 학기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억 8,800만~3억 7,100만 달러에 달한다. 교과 과정, 행정 시스템, 정보기술(IT), 교직원 재교육,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UC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교육예산 삭감으로 인해 신규 고용을 동결하고 있는 상태다. 한 UC 대학원생 협의회 대표는 “지금은 모든 예산이 연구와 학생 서비스에 집중되어야 한다”며 시기상조임을 주장한다. (323)93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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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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