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적용 부동산 제도
▶ 임대료 ‘꼼수 인상’ 원천 봉쇄
▶ 개발사 “공급 부족할 것” 우려
▶ 세입자 “가뭄 단비 같다” 환영
주거비 부담이 전국 최고 수준인 LA의 임대 시장이 2026년 새해를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점에 들어선다. 극심한 주거난과 임대료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LA 시가 40여 년간 유지해온 ‘렌트 컨트롤’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기로 하면서, 도시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뒤바뀌고 있다.
2일 LA카운티와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1978년 10월 1일 이전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에 적용되는 ‘렌트 스태빌라이제이션 오디넌스(RSO)’의 전면 개정이다.
핵심 골자는 연간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기존 최대 8%에서 3%로 대폭 낮춘 것이다. 기존에는 물가가 6~7% 오를 경우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5~8%의 인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무리 치솟아도 최대 3%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개편은 물가 반영 비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축소하고, 가스·전기 비용 부담이나 부양가족 증가에 따른 추가 인상 규정도 전면 삭제했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유틸리티를 부담하면 1~2%, 세입자 가족이 늘어나면 최대 10%까지 추가로 올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꼼수 인상’이 원천 봉쇄된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어떤 부모도 아이를 낳거나 가족을 부양한다는 이유로 퇴거 위협을 받거나 식료품과 렌트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비극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조치가 생존권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임을 강조했다.
LA의 임대료는 심각한 수준이다. 리얼터닷컴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LA 메트로 지역의 중위 임대료는 2,77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693달러보다 무려 1,000달러 이상 높은 수치다. 현재 LA 세입자의 절반 이상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을 만큼 주택난은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LA 임대료가 전년 대비 약 2%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엘 버너 리얼터닷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는 흐름 속에서 상한제가 도입되면, 세입자들이 무리한 인상 걱정 없이 기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특히 2025년 초 산불 피해로 주거지를 잃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강력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의 경고음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임대료 인상폭은 3%로 묶인 반면, 모기지 금리와 보험료, 건물 유지보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터 LA 아파트 협회(AGLA)의 다니엘 유켈슨 최고경영자(CEO)는 “보험료와 대출 금리가 폭등한 상황에서 3% 상한선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중소 임대인들은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자본의 ‘엑소더스’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유켈슨 CEO는 LA에서 120유닛을 보유했던 한 임대인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매각하고 규제가 적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난 사례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텍사스, 애리조나, 네바다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 컨설턴트 존 보이드 역시 “강경한 규제는 투자자들에게 ‘진입 금지’ 표지판을 세우는 것과 같다”며 “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신규 주택 공급 의지를 꺾어 장기적으로는 주택 재고 부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세입자 단체와 시 정부는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더 많은 주민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며 이번 개편을 지지하고 있다. LA의 한 세입자는 “700스퀘어피트도 안 되는 아파트에 2,450달러를 내며 매달 인상 통보를 걱정해왔다”며 “이번 조치가 LA를 당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일 당장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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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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