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대금, 내 통제하에 두고 베네수·미국 국민 위해 사용”
▶ 오는 9일 석유사 간부들 만나 ‘베네수 석유 인프라 재건’ 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 확보를 위해 '속전속결'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그로부터 사흘 사이에 매장량 기준 세계최대로 알려진 베네수엘라의 석유 관련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미국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최대 5천만 배럴을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제재 대상이었던 고품질 원유 3천만∼5천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임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며, 판매 대금은 미국 대통령인 나의 통제하에 둬서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내린 독자적 제재 조치로 인해 국제 시장에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이 인수해 '제값'에 판매한 뒤 그 이익을 양국에 배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미국의 제제 속에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해온 중국에 갈 물량을 미국으로 돌림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이익 확보와 대(對)중국 견제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게 이 계획을 즉각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당 원유는 저장선을 통해 운송돼 미국 내 하역 항구로 직접 반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3천만∼5천만 배럴은 베네수엘라의 평시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약 30∼50일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미국은 하루 평균 약 1천3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5천만 배럴 기준으로 시장가격은 최대 30억 달러(약 4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뒤 미국 석유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날 발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기반으로 일정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뒤 미국과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관련 허가를 취소하거나 베네수엘라와 석유를 거래하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경고하는 방식으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줄을 조여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로 베네수엘라는 유조선과 저장탱크에 적재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압송 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며 반발했지만 지난 4일엔 미국에 대한 협력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보면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협력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미국의 석유 관련 방침에도 일단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석유회사 대표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투자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센터에서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석유 회사들과 만나겠다"며 "알다시피 이건 석유 시추의 문제이고, 이를 통해 (석유의) 실질 가격은 훨씬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투자를 통해 미국이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받고 이를 통해 에너지 가격 인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3천억 배럴이 넘는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이지만 좌파 정권을 거치며 석유 산업 국영화와 미국의 제재, 석유 인프라 노후화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베네수엘라에 투자했던 엑슨모빌 등 미국 석유 회사들은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석유산업 국유화' 선언 이후 투자한 자산을 몰수당한 뒤 현지에서 철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인프라 재투자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본 손실 일부를 회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나아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 현재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구매국인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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