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에는 ‘잘살아보자’는 전북 도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름부터 만경평야의 ‘만(萬)’과 김제평야의 ‘금(金)’에다 새롭다의 ‘새’, 첫 글자들을 따서 지어졌다. 뿌리는 박정희 정부가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1971년에 추진한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류됐다가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선 후보가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새만금 간척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뒤 1991년 첫 삽을 떴다. 당시 대선에서 노 후보의 전북 득표율은 14.1%로 전남(8.2%)의 거의 두 배에 이르렀다. 새만금 사업은 세계 최장인 33.9㎞의 방조제를 건설해 409㎢(여의도 면적 141배)의 땅을 새로 조성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 사업이다.
■문제는 쌀이 남아돌면서 사업 목적이 불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애초 정치적 고려에서 시작된 탓에 사업 축소도 어려웠다. 결국 새만금 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국 산업 거점 기지, 황해경제권 생산·교역 기지, 한국판 두바이, 한중 경제협력특구,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등 문패를 바꿔달면서 표류를 거듭했다.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지금까지 매립이 끝난 면적은 목표 대비 40% 정도에 불과하다. 2023년 잼버리 사태에서 보듯 새만금이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력·용수 인프라, 인재 확보, 속도전 같은 기술 개발 경쟁 등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1기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고 삼성전자는 토지수용 절차가 시작돼 되돌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새만금 사업에 대해 “다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라고 했다. 진정 지역 발전을 고민하는 정치인이라면 광역 지자체 단위의 메가 샌드박스 지정, 생태계 보존·복원 등 뭐가 됐든 현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형욱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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