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쌈장, 그리고 된장소스 케일 칩- 엘렌 이 푸드 스타일리스트 (1)

공룡케일에 된장소스를 바르는 모습
노씨 보자기(Nossi Bojagi) 엘렌 이(Ellen Lee) 대표를 처음으로 직접 만난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아트 뮤지엄 Asian Art Museum에서 기획한 보자기 워크숍이었다.
최윤지 큐레이터(Yoon-Jee Choi, the Assistant Curator for Korean Art at the Asian Art Museum – 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 Culture)가 한국의 겨울과 연말을 어떻게 기념해 왔는지 이야기하고, 엘렌 이 대표가 손으로 직접 보자기의 결을 보여주던 시간이었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의 해설, 그리고 보자기를 매개로 한 손의 움직임. 그 공간에서 나는 테이크루트가 말해 온 ‘결’을 분명히 보았다. 전시와 삶, 설명과 손일, 한국과 미국 사이를 잇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
엘렌 이 대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노씨보자기 대표이다. 2006년부터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디즈니 채널, 푸드네트워크, 샘표, 비비고, 딘타이펑, LG전자, 루이뷔통 등의 광고에 참여하고 있고, 2019년부터 Nossi라는 보자기 워크숍 브랜드를 운영하며 보자기 수업, 한국 문화행사의 데코레이션, 기업 보자기 포장, 광고 제작 등을 통해 미국에 한국 보자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전하고 있다.

쌈장 크루디테

완성된 된장소스 케일 칩
열 번째 칼럼의 주인공인 엘렌 이 대표는 음식과 천, 두 가지 ‘살림의 재료’를 다루는 사람이다. 그녀는 집에서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손님을 자주 초대했고,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대접했다고 한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의 그릇과 식재료를 신기해하며 묻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이미 자기 안에 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얻게 된 것이다.
2005년생 아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자라는 동안, 엘렌 이 대표 역시 미국 사회를 배워나가며 같이 성장했다. 학부모로서의 경험은 일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가 아이의 초등학교를 흔들던 2012년, 핼러윈 행사에서 교장선생님이 싸이의 옷을 입고 등장하던 장면을 통해 한국 문화가 새로운 반열로 올라서는 새 시대가 열렸음을 알아챘다. 그 이후 김밥 도시락은 더 이상 ‘스시’가 아니었고, ‘김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또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사우나에 가고, 한식당을 찾으며 ‘한국식으로 씻고 먹는 경험’을 나누는 모임은 해마다 반복되는 연중행사가 되었다.
엘렌 이 대표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한식을 기대했다. 그럴 때마다 여러 재료를 각자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쌈’은 늘 안전한 선택이었다. 불고기에 상추쌈은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였고, 쌈야채를 골고루 준비하여 새롭게 연출하곤 했다. 매번 사이드 디시를 조금씩 바꿨지만 테이블의 하이라이트는 늘 같았다. 바로 쌈장.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해 설명조차 필요 없던 쌈장이었지만, 반응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다. 된장의 깊은 감칠맛과 고추장의 매콤함, 꿀의 은근한 단맛, 간 마늘의 알싸함,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으로 마무리되는 이 ‘맛폭탄’ 조합에 열광하지 않는 손님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손님들의 반응 덕분에 더 좋은 된장과 더 신선한 참기름을 찾게 되었고, 쌈장의 맛은 그렇게 함께 업그레이드되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야채에 듬뿍 찍어 먹고, 맨밥에 비벼 먹고, 김치에 발라 먹는 등 손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쌈장을 즐기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 엘렌 이 대표는 생각했다. 발표의 맛을 받아들이는 감각은 어쩌면 인류의 본성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늘 우리가 ‘쌈장’이라고 부르는 양념은 비교적 현대적인 이름이지만, ‘쌈에 곁들이는 장’이라는 발상 자체는 훨씬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조선시대의 살림책과 고조리서에는 기본장(간장, 된장) 외에도, 재료를 모아 단기간에 익혀 먹는 별미장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1716년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에 나오는 ‘집장(集醬)이다. 여러 재료를 모아 만든 장이라는 뜻처럼, 곡물과 콩, 누룩, 소금 등을 섞어 짧은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장이다. 여름철에 담가 빠르게 익혀 먹는 방식이 많아, 풋채소가 풍성해지는 계절의 쌈 문화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또 한 갈래로 ‘즙장(汁醬)’이라 불리는 장이 있다. 메줏가루와 곡물, 채소를 함께 넣어 숙성해 수분감이 있고 장 자체가 반찬처럼 쓰이는 형태다. 지역에 따라 ‘거름장’ 같은 이름으로도 전해지며 쌈과 비빔, 디핑처럼 ‘찍어 먹는 장’의 감각을 넓혀준다. 쌈장은 결국, 오래된 장 문화 위에 ‘함께 먹는 방식’이 덧입혀지며 계속 새로워져 온 양념이다.
요즘의 쌈장은 하나의 소스가 아니라 열린 개념에 가깝다. 생선이나 육류 단백질을 더하면 완성된 반찬이 되고, 두부나 견과를 더하면 훌륭한 디핑 소스가 된다. 서양식 피타이저인 크뤼디테 Crudite처럼, 신선한 생야채에 곁들이는 소스로도 손색이 없다. 보기 좋게 손질한 채소와 입맛에 맞게 조절한 쌈장, 여기에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더하면 문화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엘렌 이 대표가 자신 있게 소개하는 또 하나의 레시피는 된장소스 케일칩이다. 식전 핑거푸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고민하다 우연히 탄생한 메뉴로, 지금은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된장에 레몬을 더해 짠맛과 신맛의 균형을 잡고, 카이엔 페퍼로 매콤함을, 꿀로 부드러움을 더한다. 이렇게 완성된 된장소스를 케일 잎에 발라 오븐에서 말리듯 구워내면 바삭하고 구수한 케일과 시고 짠 된장 소스가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처음 만난 보자기처럼, 엘렌 이 대표의 쌈은 감싸되 규정하지 않는다. 특히 그녀의 쌈은 각자의 방식으로 집어 들고, 찍어 먹고, 변주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열려있다. 무엇을 섞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선택의 연속 속에서 우리의 식탁과 삶은 조금씩 자기만의 결을 만들어 가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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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된장소스 케일 칩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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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된장 1/3컵, 레몬 1개, 꿀 1 큰술, 카이엔 페퍼 ½ 작은 술, 올리브오일 약간, 공룡케일 1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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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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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븐을 화씨 220도로 예열한다.
2. 케일의 두꺼운 줄기 부분을 과도로 도려내고 잎만 남긴 뒤,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3. 된장에 레몬즙을 섞어가며 맛을 보고, 기호에 따라 꿀이나 카이엔 페퍼를 추가해 맛을 조절한다.
4. 2의 손질한 케일 잎을 베이킹 시트에 놓고,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려 고루 버무린다.
5. 케일 잎의 뒷면에 소스를 적당량씩 발라준다.
6. 소스 바른 부분이 위로 오게 하여 예열된 오븐에서 40분 정도 굽는다.
7. 바삭하게 구워지면 꺼내서 식힌 후 서빙한다.
참고: 4를 할 때 베이킹 시트 표면에도 올리브오일이 얇게 잘 발리도록 하면 나중에 케일이 베이킹 시트에 들러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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