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 친구를 찾아왔다. 보고 싶었던 내 초등학교 동무다. 어제 첫눈이 많이 내렸다는 서울의 겨울바람은 귀가 시리고 볼이 아리게 차갑다. 길치인 나는 집을 못 찾아 한 시간 정도 길에서 헤맸다. 친구 집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남편이 나왔다. “여보,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친구가 왔어.”하며 그녀의 남편이 문을 열자, 딸의 부축을 받으며 문 앞에 나온 내 친구는 “어응~”을 반복하며 내 손을 잡는다.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로 젖은 얼굴을 비비며 서 있다. 많이 걱정하며 그리워했던 그녀의 손과 얼굴은 여전히 따뜻하다.
십여 년 전에,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세기 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다. 꽃다발을 들고나왔던 논산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그때는 어렸을 적 모습처럼 예쁘고 건강했다. 신실하고 사랑 많은 남편, 훌륭하게 잘 자란 네 자녀를 둔 행복한 그녀가 참 보기 좋았다. 최근 몇 년 전에 폐암 수술, 항암치료, 병원 침대서 떨어진 큰 골절 사고, 등 겹치고 겹친 부작용, 합병증, 사고로 말도 할 수 없고 입으로 음식을 삼킬 수도 없게 되어 복 부관(G-Tube)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나는 친구의 딸 도움 받아 카카오톡으로 그녀의 투병 상황을 듣고 새벽마다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갑자기 말을 못 하게 되어 일일이 글로 써서 의사소통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입으로 음식을 못 먹으니, 음식을 보고 냄새가 날 때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도 항상 미소 짓는 편안한 그녀를 보고 주위의 의료진들도 천사라고 한단다.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하는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의 효심도 감동이다. 그녀의 가족은 똘똘 뭉쳐서 서로 돌보고 위로하며 살아, 가정 분위기가 환자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화기애애하다.
어릴 적에도 또래들 보다 착하고 온순하며 배려심이 많았던 친구다. 장녀로서 여러 동생을 돌보며 자란 그녀는 결혼 후에도 동생들을 다 서울에 데려다 교육부터 결혼까지 뒷바라지했다고 남편이 귀뜀 한다. 이 같은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서로 배려하며, 어떤 고난도 이길 수 있는 화목한 가정을 만든다는 본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찌 우리 인생길에 평생 평탄한 길만 있겠는가. 평탄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고, 갑자기 험난한 길을 만났을 때는 우리에게 이겨낼 힘도 주시는 전능자를 믿고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겠다. 구름이 있는 석양빛이 아름답고,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고,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삶도 구름, 험산 준령, 험한 바위로 단련된 후에는 보다 성숙해지고 아름다울 것 같다.
부모를 방문한 딸, 사위가 준비한 점심을 먹는 우리를 바라보는 친구가 안쓰러워 눈물까지도 목에 걸린다. 그녀는 노트에 “ 영화야 멀리서 네 남편이랑 함께 와 주어서 참 고맙다. 네가 많이 보고 싶었어. 또 볼 수 있을까?”라고 삐뚤삐뚤 어린아이처럼 써준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길 원합니다.”라고 기도했다. 다시 오겠다고 애들처럼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어 도장을 찍고, 손바닥을 맞대고 스치며 복사하고 왔다. 다시 만나자는 소망을 두고 새해를 맞이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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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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