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동쪽 끝, 한적한 주택가에 조용히 자리한 성모성심 프리스쿨이 지난달 30일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한국 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수십 년간 운영해온 이 학교는, 한인타운에서 미취학 아동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식 생활교육을 제공하며 조그마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기자의 아이도 이곳 덕을 톡톡히 보았다. 맞벌이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아이에게 전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이는 학교를 제 집처럼 편하게 여겼고, 아침마다 수녀들의 품으로 달려 들어갔다.
수녀들은 모두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었다. 몬테소리 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필요를 세심히 관찰하고 연구하며, 늘 최상의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의 질은 높았지만 영리가 목적이 아닌 수녀들의 봉사로 운영됐기 때문에 학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아이들이 먹을 식사는 양질의 재료로 준비됐고,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수녀들은 주말마다 다운타운에서 과일을 공수해 시도 때도 없이 깎아 먹였다. 가끔씩 선물로 들어오는 간식들도 모두 아이들 차지였다. 아이들이 남긴 밥과 반찬은 수녀들이 남김없이 먹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청빈한 수도자 생활이었다.
수녀들은 예의범절을 단호히 가르치면서도, 놀아줄 때는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어울렸다. 원장 아가다 수녀는 담임 수녀들보다 엄격했지만, 아이들은 무서우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원장수녀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
그들의 헌신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학교에 찾아오면 조건 없이 문을 열어줬다. 무료로 아이를 맡아주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학부모들 중에는 개신교인이나 종교가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수녀들은 인종과 종교를 상관하지 않고 모두를 하느님의 자식으로 바라봤다.
수녀들의 하루는 새벽부터 기도로 시작됐다. 이후 아침 미사를 드린 뒤 8시부터 등원하는 아이들과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6시 이후에도 수업 준비와 청소, 소독 등 아이들을 돌보는 손길은 끝이 없었다. 원장 아가다 수녀는 “어떻게 연구해서 수업하느냐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교육자는 자신의 양심을 걸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전만 해도 학교는 임신 6개월 차부터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큰 인기였다. 그러나 팬데믹은 한인타운의 유아 인구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재택근무 활성화와 생활환경 악화로 아이가 있는 가정은 점점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어린이들 수가 급감했고, 운영은 점점 어려워졌다. 한국어와 한국식 교육을 전제로 한 탓에 타인종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수녀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학교를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었기에 수녀회의 해외 선교 상징과도 같은 해당 장소를 함부로 옮길 수는 없었다. 결국 수녀들은 폐교를 결정했다. 수녀회는 폐교 후 해당 건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학교가 문 닫은 다음날, 몇몇 졸업생과 끝까지 학교를 지킨 원생 가족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았고, 몇몇 학부모들은 수녀들과의 이별이 서운해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학교를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에 수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성모성심 프리스쿨은 이제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수녀들의 사랑과 헌신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 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가족들을 대표해 한마디 해야겠다. 수녀님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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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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