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감내하는 이란 공습 역풍
▶ 대통령은 무모 행위 합리화 급급
▶ 인플레가 반전 여론 자극할 수도
폭등하는 유가와 엄습해 온 테러 위협에 미국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무모하게 감행한 대(對)이란 공습의 역풍을 국민들이 대신 맞닥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2주일째인 12일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주유소 휘발유 값은 갤런당 가격이 3.6달러에 달했다. 2.9달러대였던 개전 전에 비해 20% 넘게 급등한 수치다. 이란 정권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미국 휘발유 가격에 즉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날 미국에서는 두 건의 테러 의심 사건도 발생했다. 하나는 버지니아주(州) 해안 도시 노퍽의 올드도미니언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다. 범인을 포함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총격범은 2016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려 한 혐의가 인정돼 8년을 복역한 버지니아 주방위군 출신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퍽은 미국 최대 해군 기지가 있는 도시다. 사건이 벌어진 대학의 학생 중 약 30%가 군 소속이라고 한다. 부상자 2명은 이 대학 육군 학군사관후보생(ROTC)이었다. 전쟁이 부추긴 군인 겨냥 증오 범죄 정황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 고급 주거 지역인 웨스트블룸필드타운십의 유대교 회당 ‘템플 이스라엘’에서 일어났다.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이 건물로 돌진해 불을 냈고, 차량에서는 박격포 형태의 폭발물이 발견됐다. 보안 요원 한 명이 다쳤지만 사망자는 괴한뿐이었다. FBI는 이 사건을 유대인 공동체를 노린 ‘표적 폭력 행위’로 보고 있다. 사건 장소가 디트로이트 북부 외곽 유대인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를 직시하고 불만을 무마하는 대신 본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급급하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급등한 유가를 “안전과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고 폄하하더니, 이날은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어서 유가가 오르면 큰돈을 번다”고 썼다.
그러나 그렇게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1일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또 유가 급등 덕에 미 에너지 기업들은 큰돈을 벌겠지만 그들이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가능성은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시선도 이제 곱지 않다. 11일 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휘발유 값 상승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를 지목했다. 석유·가스 회사(16%)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11%) 등 다른 문책 대상을 찾은 응답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정부가 대이란 군사 작전의 목표를 명확히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여전히 대이란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42%)이 지속해야 한다고 여기는 편(34%)보다 우세하다. 유가 폭등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불을 붙이고, 고물가가 반전(反戰)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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