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도구 몽땅처분 ‘에스테이트 세일’
▶ 이혼*사망*이사시
길 건너 바로 태평양이 펼쳐지는 파세오 델마 거리. 풍광 좋은 팔로스버디스 에스테이트에서도 제일 ‘프라임’지역에 속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 한인과 본국 매스컴에도 오르내렸던 한국 거주 한 본국인도 거주하는 거리로 건평은 평균 4,000∼7,000스퀘어피트이며 대지는 반에이커가 기본인 지역.
이곳 1500번지에서 지난 21∼23일 3일간 에스테이트 세일이 열리자 첫날 개장시간이 상오 9시인데도 8시께부터 40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권사님, 현금 많이 가지고 오셨어요” “용돈 모아놨던 것 좀 가지고 나왔어. 지난번 세일 때 사고 싶었던 물건 돈이 모자라서 못산 경험이 있어서…”한국말 소곤거림도 몇 군데서 들려왔다.
익명을 원하는 이들 한인들은 사우스베이 동네 신문, LA타임스 등을 통해서 세일정보를 얻었고 또 일부는 세일 대행업체인 ‘린다 크룸 에스테이트 세일’측의 바이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세일이 있을 때마다 핑크색의 손바닥만한 안내장이 온다고 귀띔해 준다. 린다 크룸 에스테이트 대행업체(웹주소:www.lindacrumestatesales.com, 전화 562-596-7937)는 1985년부터 LA 일대 에스테이트 세일을 관장하는 업체로 세일을 원하는 주택으로 직접 경매 전문가가 출장을 나가 가격을 책정하고 세일 액수의 일정 비율을 커미션으로 받고 있으며 2,000명의 바이어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 개장 전부터 장사진을 친 400여명의 바이어 중에는 시중가격의 3분의1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장만하려는 아마추어 샤핑객에서부터 앤틱만 전문으로 샤핑 다니는 앤틱샵 주인, 옛 물건 무조건 탐내는 심미안의 예술인, 크래프트 상점 주인등 다양했다.
세상을 떠난 집주인이 ABC와 NBC의 방송인이었다는 이 집의 살림살이는 굉장했다.
생전에 파티를 자주 열었는지 은으로 된 포크와 나이프만도 수백개였고 와인 잔도 모양과 크기대로 수십개이고 은그릇, 유리그릇, 차이나 세트, 다기 등만도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크림색 현대 소파, 각종 앤틱 소파, 테이블, 마호가니 만찬 테이블과 차이나 캐비닛, 램프, 스털링 실버 찻잔 세트, 고서, 티 카트, 스키, 러브 시트, 재봉틀, 냉장고, 값진 숙녀용 의복들, 액세서리와 진짜 보석, 정원용 패디오 가구, 화분, 그림, 인형, 각종 용구등 모든 살림살이가 제자리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8인용 마호가니 다이닝 테이블 세트는 5,000달러에 팔려 나갔으며(이튼 엘렌 가구로 신품은 1만5,000달러), 소파 테이블은 1,400달러에 탐내는 새 주인의 손에 넘어갔다.
20달러짜리 유리쟁반을 사고 가격을 치르려는데 취재에 협조적인 세일 대행사측에서 “세일마감 1시간 전에 다시 오면 반값”이라고 관례를 알려줘서 마감전 예쁜 유리 촛대 2개까지 합쳐서 25달러를 지불했다.
수백만달러짜리 저택을 가득 채웠던 물건들이 낯선 새 주인의 손에 들려 곳곳으로 흩어지는 광경을 목격하자니 생전에 저 많은 물건을 사들이기 위해 수고했을 전 주인과 그가 누렸을 영화와 희비애락, 그리고 세일 마지막 날의 쓸쓸함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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