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건강·행복감’ 상승
▶ ‘불안감·불면증’은 완화
▶ 항우울증 효과에 버금
▶ 타인과 비교 SNS에 취약

소셜미디어 사용을 2주만 중단해도 뇌 인지 기능이 약 10년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로이터]
한 20대 여성은 최근 재판에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소셜미디어 사용이 점차 통제 불능 상태로 발전했다고 증언했다. 밤늦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수면 장애가 발생했고, 중단하려 해도 반복적으로 다시 접속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배심원을 상대로 주장했다. 이 여성은 또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불안과 우울한 감정이 심해졌고, 외모에 대한 집착도 커졌다고 밝혔다. 가주에서 진행된 이 소송은 배심원이 메타와 유튜브의 책임을 인정하고 6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뉴멕시코 주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오면서, 중독성을 유발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설계에 대한 책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 2주 중단으로 인지 기능 10년 젊어져
이번 판결에 앞서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은 정신건강 악화뿐 아니라 주의력,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많이 발표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뇌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등의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을 잠시 중단하는 ‘디지털 휴식’만으로도 그 영향을 되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약 4시간 30분에서 5시간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루 2~3시간만 사용해도 1년 기준으로 약 한 달 반을 스마트폰에 쓰는 셈이다. 조지타운대 심리학과 코스타딘 쿠슐레프 교수는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과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라며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폐해를 경고했다.
이 같은 폐해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소개됐다. 학술지 PNAS 넥서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 32세인 46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단 2주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인지 능력이 10년이나 젊어진 것과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앨버타대 경영대학원의 노아 카스텔로 교수는 “스마트폰이 친구들과 식사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몰입 경험을 방해한다는 점을 느끼고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험 참가자들은 14일 동안 ‘프리덤’이라는 앱을 사용해 스마트폰 인터넷 접근을 차단했고, 전화와 문자 기능만 허용했다. 실험 결과 하루 평균 온라인 사용 시간이 314분에서 161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의 지속적 주의력과 정신건강, 주관적 행복감 등 모든 항목에서 지수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항우울제 효과 버금
이번 연구에서 우울 증상 개선 효과가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번 2주간의 디지털 디톡스가 일부 항우울제보다 효과가 크고, ‘인지행동치료’(CBT)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험 참가자 중 일부는 중간에 규칙을 어기고 스마트폰을 다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실험이 끝난 뒤 실시된 추적 조사에서도 상당수 참가자가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고 응답했다. 쿠슐레프 교수는 “며칠간의 일시적인 디지털 디톡스만으로도 충분히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이 컴퓨터보다 더 해롭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사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산책이나 영화 시청 중, 또는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현재의 활동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만족도 역시 감소한다는 것이다. 쿠슐레프 교수는 “이 같은 작은 방해가 쌓이면 경험에 대한 감정적 질이 떨어진다”라며 “대화의 만족도와 인간관계의 깊이 등이 모두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효과적인 사용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하루 몇 시간만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거나, 특정 시간대나 요일에 모바일 인터넷을 제한하는 방식 등 구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도 보인다.
■ 타인과 비교 그룹…SNS 중독에 취약
하버드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됐다. 약 4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1주일간 줄인 결과, 불안감은 약 16.1%, 우울증은 약 24.8%, 불면증은 약 14.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1시간 사용을 줄이거나 특정 플랫폼만 중단하는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진은 개인별로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 의대 존 토러스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에 취약한 집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사용에 더 취약한 집단으로 사회적 비교 성향이 강한 집단을 꼽았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사람들로, 외모를 기준으로 자존감을 평가하며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집단이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면이 방해받는 집단, 오프라인 관계의 부족을 온라인 활동으로 보상하려는 집단 역시 소셜미디어 사용에 취약한 집단에 포함됐다.
디지털 디톡스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 스티븐 래스제 교수가 주도하는 이번 연구는 23개국 8,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2주간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X), 페이스북 사용 시간을 각각 하루 5분 이하로 제한하게 된다. 연구는 오는 9월까지 진행되며 내년 초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 스마트폰 사용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래스제 교수는 “개인주의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가 심리적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라며 “고소득 국가일수록 불안장애 발생률이 높고, 이는 사회의 경쟁 강도와 높은 스트레스 수준이 원인일 수 있다”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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