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 ‘간호사 베티’ (Nurse Betty) ★★★★★(별 5개 만점)
깊은 충격을 받고 정신이 나간 사람이 비몽사몽 같은 현실을 경험하며 자아를 재발견하고 새 인생을 살게 된다는 ‘쇼크와 갱생’의 주제를 지닌 영화로 여느 영화들과 닮은 데라곤 전연 없는 기발나게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야기와 인물들이 완전히 개발돼 흥미진진한 극적 재미를 만끽하게 되는데 특히 비상한 창의력으로 쓴 글이 너무나 자유롭게 뻗어나가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방향을 틀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극본을 쓴 존 C. 리처즈와 제임스 플래버그가 올 칸영화제서 극본상을 받았다.) 뛰어난 연기와 놀라움으로 가득 찬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기쁨을 더할 나위 없이 고조시키는데 위트가 있고 얄궂으면서도 우수와 통찰력이 작품을 적시고 있다.
감독은 ‘남자들의 세상’과 ‘당신의 친구들과 연인들’에서 폐쇄된 공간 안에서의 현대 도시인들의 비정을 혐오감이 느껴질 만큼 냉혹하게 묘사한 닐 라뷰트. 그는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 로드무비를 만들면서 작품 속 인물들을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마음 착하고 순진하게 생긴 베티(르네 젤웨거)는 캔사스의 작은 마을 페어옥스의 다이너 웨이트리스. 자기를 신발깔개 정도로 아는 자동차 세일즈맨인 남편 델(아론 에카르트)과 사는 간호사 지망생인 베티는 병원 이야기를 다룬 소프오페라 ‘사랑하는 이유’의 광적 팬으로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 의사 데이빗(그렉 키니어가 빤질빤질하게 군다)이 화면에 나타나면 정신을 못 차린다.
베티가 녹화된 소프오페라를 보고 있던 어느 날 저녁 델이 마약밀매자들인 찰리(모간 프리만)와 웨슬리(크리스 록)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남자들간에 말다툼이 일어나고 델은 두 남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다.(이 장면은 충격적으로 끔찍한데 그때까지의 영화의 분위기를 급작스레 깨어 놓는다.)
이 장면을 숨어서 엿보던 베티는 심한 쇼크를 받으면서 완전히 환상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면서 ‘사랑하는 이유’를 자신의 현실로 착각하고 오래 전 자기가 버렸던 연인 데이빗을 만나기 위해 1997년도형 뷰익 르 세이버를 몰고 LA로 떠난다. 그 차안에는 대량의 마약이 감춰져 있어 찰리와 웨슬리가 베티의 뒤를 쫓는다.
나이 먹고 침착한 스타일로 도무지 킬러 같지 않은 찰리와 경망스러울 정도로 성급하고 재잘대는 젊은 웨슬리는 베티를 추격하면서 각기 이 여자를 달리 해석한다. 웨슬리는 베티가 간교하고 사악한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찰리는 폴라라이드 사진 속의 베티가 도리스 데이 같다며 점점 이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찰리가 밤의 그랜드 캐년에서 환상 속에 나타난 베티와 키스하는 장면이 눈물이 날 지경으로 로맨틱하다.)
LA에 도착한 베티는 자신을 소프오페라 속 간호사로 착각하고 데이빗을 찾아다니다가 이곳서 알게 된 로사(티아 텍사다)의 주선으로 마침내 데이빗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베티가 자기 님이라 생각하는 데이빗은 실제로는 경박한 배우 조지. 마침내 찰리와 웨슬리가 베티를 찾아내고 뒤늦게 캔사스에서 마을 신문기자와 셰리프까지 쫓아와 한바탕 총격전이 일어난다.
현실과 환상의 의미와 집념에 관한 어두운 코미디이자 로맨틱한 드라마요 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로드무비인데 베티는 환상을 현실로 살면서 자신뿐 아니라 자기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까지도 새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 환상의 신통력이라고 하겠다.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젤웨거와 프리만의 연기. 차분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수만겹의 표현력을 지닌 젤웨거(‘제리 맥과이어’)와 조용하고 부드럽고 자탄하는 식으로 슬픔이 깃든 프리만의 연기는 오스카상 감이다. 프리만과 록이 괴상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이 영화의 큰 재미.
우습고 쓸쓸하며 자비롭고 통찰력 있으며 또 로맨틱하면서도 폭력적이요 신선한 영화로 감독의 자상히 돌보는 듯 하면서 여유 있는 솜씨가 작품 속에 미만하다. 등급 R. USA Film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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