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망한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경영진과 이사회를 걸어 손해배상소송을 한 후에 끝으로 또 한곳 소송할 당사자가 있다. 망한 회사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이다. 회사가 망할 것 같은데도 회계장부상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경영진에서 좋게 발표하고 이에 대해 회계감사인이 이의를 달지 않았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완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서 법원에서 회계감사인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런데 회계감사인의 측면에서 본다면 억울한 경우가 많다. 만일 모든 감사에서 경영진이 악의로 장부를 분식하거나 조작했다고 가정을 하고 감사를 해야 한다면 감사시간이나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서 매년 해야하는 감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감사인은 근본적으로 경영진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회계기록을 준비했다고 가정하고 회계감사에 임하게 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면 무척 낭패스런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회계감사인인 CPA들의 사회적 위상은 그 사회의 경제발전과 성숙도에 비례해서 결정된다. 자본주의가 성숙한 미국에서 CPA들의 대우가 좋고 존경을 받는 것에 비해서 후진국에서는 그 역할과 대우가 신통하지 못한 것도 감사기능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때로는 귀찮고 번거롭고 능률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여도 그보다 나은 제도가 지금까지 나타난 게 없듯이 회계감사도 비슷하다. 회계가 잘 되었다고 실적이 나쁜 회사가 좋아질 수 없고 안그래도 빠듯한 회사의 유동성이 감사비용을 지불하기에도 벅찰 경우가 있으나 회계감사기능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회사의 경영과 재정상태가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잘 모르게 되고 부정부패가 끼어들 여지가 많아져서 회사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사기능을 중시하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물론이지만 단기적인 경우에도 회계감사는 기업의 건전도를 달성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감사를 받지 않는 공기업이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자인 보호와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증권법에서 CPA의 회계감사를 강제하는 것이다.
한인사회에서는 모국한국에서 오는 영향으로 회계감사에 대한 인식이 주류사회에서 보는 것 같지 못하다. 여기에는 종래 한국경제에서 본 회계감사의 겉치레와 날림을 보아온 한인들이 미국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계속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가져온 (주)대우와 대우중공업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에 대해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져 한국 회계감사업계는 태풍전야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한국의 "Big 5"중의 하나인 산동이 붕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큰 태풍을 맞는다면 이제 부실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는 모든 회계법인들이 꺼리게 될 것이고 회계감사기능이 사회적으로 정착하게 되는데 고통스러우나마 제대로 된 경로를 밟게 될 것이다. 이제 미주한인 비즈니스들도 회계감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계기가 비극적인 사건발생이 아니라 주류사회와 한국에서 보이는 사태를 현명하게 관찰하는데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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