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창사 10주년극 ‘은사시나무’’빗물처럼’ 선보여
TV 드라마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감상할 기회가 찾아왔다. SBS가 창사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드라마 <은사시나무>(3부작, 14일)와 <빗물처럼>(2부작, 12일)이 그것.
트렌디 드라마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은 이 두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생에 대한 성찰을 권하고 있다. 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천륜. 굳이 이들의 팬이 아니라해도 이 가을 메마른 가슴을 적셔줄 무언가를 찾는 이라면 두 작품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김수현 작가의 <은사시나무>(연출 곽영범)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앞만보며 달려온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이제는 은사시나무의 하얀 이파리처럼 백발이 무성한 아버지. 그러나 지나간 세월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 아버지의 외로운 어깨를 보듬어드리고싶다.
드라마는 어머니의 제삿날을 배경으로 한다. 아내의 젯상을 손수 준비하는 아버지(이순재)의 쓸쓸함과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는 자식들의 다양한 사연이 실타래처럼 풀어진다. 아버지는 이순재가, 3남 2녀는 한진희 이덕화 유동근 양희경 조민수가 연기한다. 여기에 임채무 박정수 견미리가 각각 사위와 며느리로 가세한다.
노희경 작가의 <빗물처럼>(연출 이종한)은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을 그린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천륜은 살아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얻은 몸과 마음의 상처로 세상을 비뚤게만 보는 여자(배종옥)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자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마저 돌아보지 않는다. 어느날 그녀의 앞에는 한 남자(정웅인)가 나타난다. 남자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의 목숨을 스스로 놓아버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상처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각자의 가정으로 회귀한다.
▨ 시청자 눈길잡는 ‘언어 카리스마’
따발총 대사 김수현-직설적 표현 노희경
김수현과 노희경은 언뜻 보면 나란히 거론하기가 민망하다. 시청률을 보자. 보통 히트의 기준인 시청률 30%를 기록하고서도 김수현은 만족스러워 할 수 없다. 김수현 드라마라면 50% 이상을 기록해야 체면이 선다.
반면 노희경은 10%를 넘기가 힘들다.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거짓말>도 10% 내외였고 올 해 <바보 같은 사랑>은 5% 내외였다. 조기종영이라는 말이 나올만한데도 오히려 격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PC통신에서 들끓는 열혈 마니아들의 반응만 보면 시청률 1위 같다. 김수현이 장내 1위라면 노희경은 장외 1위다.
이 차이는 두 사람의 대사를 다루는 솜씨에서 비롯된 것. 김수현 드라마의 출연자들은 따발총을 쏘듯 거침없이 대사들을 내뱉고 이것이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여러 연기자들이 돌아가며 쏟아내는 거침없는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노희경의 대사는 직설적이다. 하지만 이 직설적인 대사를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다. 곱씹으면 직설적인 대사 뒤에 배어 있는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노희경의 직설적인 대사가 콤비인 표민수 PD의 섬세한 연출과 맞물릴 때 특히 빛을 발한다. 이 맛을 이해하면 마니아가 되지만 언뜻 보면 그저 그런 밍밍한 드라마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김수현의 따발총 같은 대사를 싫어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나, 노희경의 직설적인 대사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빠져들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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