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하는 벨소리에 나가보니 옆집 아저씨가 노랗게 익은 매실을 한바가지 갖고 왔다.
재작년 여름 옆집에 인도인이 새로 이사 들어왔다. 그간 옆집에는 한인이 살았었기 때문에 우리 집과의 경계선에 이웃집에서 단감나무와 매화 등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를 심어놓았다. 가을이 되어 주홍빛으로 곱게 물든 단감들이 나뭇잎 사이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나뭇잎이 떨어질 무렵 탐스럽고 먹음직스런 단감들이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매달렸다. 탐스러운 감을 바라보며 인도인들도 감을 먹을까 생각하던 어느 날 이웃 아저씨가 감을 한 봉투 가득 따 갖고 와서 맛있게 잘 먹었다.
다음해 봄이 되어 매화나무에 하얀 매화꽃이 아름답게 만발하였다. 몇 달 후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땅 바닥에 노랗게 익어서 떨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며 또 생각했다. 옆집 아저씨가 매실이 무엇인지 몰라 아까운 매실이 썩어 버리는구나 하던 중 마주치게 되어 물어 보았다. 그들은 매실이 살구인줄 알고 익을 때를 기다리는 중인데 먹어보니 너무 시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매실에 대해 설명해 주고 매실주를 담그라고 가르쳐 주니까 날보고 따서 매실주를 만들어 조금만 달라고 하였다. 덕분에 매실주를 잔뜩 만들었다.
지난해 11월이 다 가도록 알록달록 붉게 물든 감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너무 익은 감들은 새들의 맛있는 밥이 되던가 아니면 땅 바닥에 떨어져 개미의 밥이 되고 있는데도 옆집에서는 감을 수확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어느 날 만두를 만들어서 매실주와 함께 갖고 가 이웃 아저씨를 만나보니 단감과 연시감의 차이를 몰라 감이 말랑말랑 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단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올해에도 감을 줄 것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따 갖고 가라고 해서 한바구니 따 갖고 왔는데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었는지 그 다음날 현관 앞에 감이 한바구니 더 놓여 있었다. 갑자기 많이 생긴 감을 맛있게 잘먹고 이미 연시처럼 말랑말랑 해진 감은 곶감을 만들었다. 겨우내 집에 오는 손님들께 후식으로 대접하니 맛보는 손님들마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달고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는 몸이 아파 투병생활을 하느라 매실을 수확할 때를 깜박 놓치고 말았다. 지난해에 만들어준 매실주 맛에 반했는지 이웃집 아저씨가 기다리다 못해 황매를 들고 와서 매실주 담글 때를 알려준 것이다. 청매를 따다가 황설탕을 듬뿍 넣고 매실주를 만들어 놓은 후 노랗게 익어버린 황매를 매실주에 쓸모 없다고 버리자니 아까워 매실잼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매실을 갈아 황설탕과 꿀을 듬뿍 넣고 졸여서 매실잼을 만들어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누어주면 친지들의 건강 유지에도 좋고 이웃 사랑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잼 담을 병을 사러 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해 본다. 가진 것과 지식을 합쳐 서로 돕고 사는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으로 뿌듯한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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