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아치를 멋지게 만들어 놓은 시니어센터에 들어서자, 테이블 마다 꽃이 있고 예쁜 풍선들이 날아오를 듯 하늘을 향했다. 센터는 다른 날과 달리 유난히 화사했다. 4월 생일을 맞은 분들의 생일파티 날이다.
축하 떡을 먹으며 파티는 흥겹게 진행되었다. 영상에서는 생일 맞은 분이 인사도 하고, 남편이나 아내가 “고맙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어 달라”는 당부의 말로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누군가는 두 손을 가슴 위로 모았고, 누군가는 떨리는 손으로 당신들을 향해 두 손을 들고 노래했다. 축하 노래를 받으며 어떤 분은 감사하다며 일어나서 인사를 했고, 어떤 분은 고맙다고 울고 계셨다.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지나온 시간의 파노라마, 그리고 지금 이 자리의 벅찬 마음이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의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들어 당신과 당신을 향해 노래한다. “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 오랫동안 함께 해요.” 서로에게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함께 하자는 사랑의 말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해방되기 몇 달 전, 같은 날에 태어났고 태어난 시간까지 같은 부부가 계셨다. 서로를 모른 채 각각 살다가 28살에 만나셨단다. 말은 없어도 서로를 살피는 눈길이 따뜻했고, 작은 일에도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 모습은 자연스러워서 더 깊어 보였고, 다른 이들에게도 모범이 되었다. 노래 속 ‘당신’이 아니라, 내 앞에 앉아 있는 바로 그 ‘당신들’을 보며 서로에게 ‘당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생각했다. ’’봄철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꽃처럼 예쁜 나만의 당신’을 함께 노래했다. 우리는 그분들을 향해 다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노래 속 ‘당신’과 눈앞의 ‘당신들’이 겹쳐졌다.
우연히 소개받아 시니어 센터에 온지 한달이다. 한 시간 동안 하는 체조와 가벼운 운동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기가 겁났었는데 이제는 거뜬하게 일어난다. 너무 겁을 내고 무릎과 다리를 쓰지 않아 퇴보할 것 같던 느낌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시간’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한다. 짜인 프로그램에 잘 따르고, 웃으며 밝게 인사하는 어른들의 학교다. 나이 차는 있지만 또래들이 모인 학교로 다시 돌아간 듯 하다. 좋은 분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많이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매일이 기쁘고, 열심이 솟는다.
그러나 참 묘하다. 웃음이 먼저 오지만, 그 뒤에는 슬픔도 따라온다. 누구라도 언젠가는 각자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더 많이 웃고, 더 크게 인사하고, 더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때로는 그 다정함이 따뜻하게 느껴지다가도, 때로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이별의 기척이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나는 바란다. ‘당신과 당신’이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건강하게 함께 하기를. 당신들이 보고싶어 아침이면 서둘러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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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숙 시인ㆍ수필가 미주문협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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