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비행기 자폭 테러사건을 여행지인 중국의 북경에서 알게 되었다. 회원교회의 목사·신도들을 안내해 우리가 북한에 세운 국수와 빵공장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편은 9월12일 오후 1시20분 북경발 대한항공이었다. 그러나 출발하는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놀랍게도 TV화면에서 테러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해 자폭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비행기의 스케줄은 취소되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서울에 머무는 3일간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TV 화면을 지켜보며 사태의 진전과 미국에 사는 동포들의 동정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사흘째 되는 15일 LA 공항의 통제가 풀려서 미국행 첫 비행기를 타는 행운을 얻었으나 결코 마음은 편안하지가 못했다. 나는 돌아오자 마자 신문을 뒤척이며 이 사건에 대처하는 한인동포사회의 동정을 살펴 보았다.
다행히 동포들의 희생은 크지 않았고 뜻있는 교회와 동포들이 희생자들을 위해서 성금도 내고 헌혈도 하며 피해의 현장에 자원봉사도 나서는 등 희생자들을 돕고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우리는 이 기회의 나라에 와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특히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70%이상의 동포들이 교회에 출석하는 교회 중심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고 있다.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 중국에 사는 조선족,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들, 이 모두가 역사의 뒤안길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만은 자유의사에 의해서 이곳에 왔고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는 단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 동포의 모습은 이곳 주류사회와 타 소수민족 사이에 그리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은 이기적이며, 정직하지 못하고, 시민으로서의 법도 잘 안 지키고, 약한 자를 깔보고, 저희 동포끼리 잘 싸우는 시끄러운 민족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3,000이 넘는 교회가 있고 70%나 되는 동포가 교회에 나가는 기독교 커뮤니티인데도 말이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희생자돕기에 나설 기미를 보여 기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나라에 와서 미국사회가 주는 혜택만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가 줄 차례이다. 갚을 차례이다.
미국사람들은 1년에 1조9천여달러를 기부한다고 한다. 1인당 약 680달러씩을 사회에 희사해서 학교, 병원, 연구기관, 각종 자선단체가 윤택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베풀고 사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느 한인 사회학교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인들도 1인당 1년에 4백달러 정도는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분의 말에 의하면 한인들의 이 기부금은 대부분 교회 헌금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교회로 집중된 헌금을 가지고 교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교회는 헌금의 일부라도 미국과 지역사회와 한인동포사회를 위해서 썼어야 했다. 그런데 교회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먼 나라에 그리고 교회의 집을 짓고 자기 안살림을 하는데만 급급해왔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교회는 가까운 이웃과 이 땅, 이 동포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번만은 정말 우리 교회들이 우리가 사는 미국이 지금 겪고 있는 이 아픔을 같이 나누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땅에 떨어진 우리 동포들의 이미지를 고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교회가 사랑의 빚을 갚고, 미국을 살리는 테러 희생자돕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겠다.
남의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천의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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