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자리에선 아직도 아릿한 아픔의 연기가 희생자의 넋인양 피어오르고 있다. 머리칼 한올, 손가락 하나라도 찾기 위해 가족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미친듯이 헤매고 있고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기다리기를 포기한 내 이웃은 월드 트레이드센터 101층에서 일하던 서른살 난 아들의 장례식을 시신도 없이 그냥 추모예배로 대신했다. 임신 8개월의 젊은 아내는 그녀의 못다한 사랑을 위해 통곡했고 그의 친구들은 즐거웠던 지난날의 추억을 불러모아 그를 보내면서 흐느꼈다. 친구가 유일하게 남기고 간 그의 핏줄을 위해 대신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하면서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는 여아라고 한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비극을 이유도 없이 당해야 하는가. 테러리스트에게도 양심이라는게 있다면 도저히 이런 악마적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인류의 비극은 양심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그 양심의 호소에 심혈을 기울인 사람이 있다. ‘Appeal of Conscience’라는 좀 의미심장한 단체를 설립한 아더 슈나이어라는 유태인 랍비이다. 그는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치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며 지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종교지도자이다. 그리고 유서깊은 맨해탄의 파크 이스트에 있는 유대인교회에서 성직자로 있고 지난번 양키구장에서 있었던 희생자 추모예배에서 그의 모습은 더 알려졌다.
이 단체의 설립목적은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인류가 더불어 잘 살게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는 구소련과 중국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화해와 해빙의 무드를 조성했고 전쟁이 한창이던 코소보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과 음소독스 그리고 가톨릭 등 각계의 종교지도자들을 만나고 설득해서 인종과 종교의 탄압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를 불러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일생동안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을 위해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이 영광된 상을 지난 9월24일 받게 되었다. 올해의 수상자는 사업에 성공한 독일의 하인리히 피에르와 김대통령 두 사람이었다. 이 영광된 자리에는 유엔사무총장과 헨리 키신저 그리고 뒤늦게 뉴욕주지사 파타키와 뉴욕시장 줄리아니도 참석했다.
천여명이 넘게 모인 장내는 그를 위해 열광했고 뜨거운 경의를 표했다. 테러리스트가 할퀴고 간 그라운드 제로에는 벌써 새로 들어설 빌딩의 청사진이 만들어졌고 좌절하지 않는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뭉치고 있다.
‘양심의 선언’ 시상식에서도 모든 연사의 주제는 테러리스트에 관한 것이었다. 선한 일을 하고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해서 상을 받은 사람들의 양심의 선언 대신 이 자리는 인류의 파괴자이며 양심의 부재자인 빈 라덴을 잡아다 세우고 그를 재판하는 자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화학 무기의 살포와 또 다른 위험의 가능성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 그들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발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아 인류에게 사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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