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대참사의 범인을 응징하기 위한 전쟁이 임박해 오고 있다. 테러 집단의 잔악한 행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또 예방할 것인가는 서방국가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숙제다.

현대의 인류는 국가간, 인종간, 또 지역간,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고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9월 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세계 대회가 있었는데 보도된 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선언문 채택에 불참, 다른 나라의 대표들로부터 빈축과 함께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 대회에서는 아프리카 각국이 서방 국가들의 노예제도와 식민주의로 말미암아 겪어야 했던 지난날의 수치와 손실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 서방 국가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여러 소수민족 대표들은 인종차별과 편견은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증언했다.

옛 유고 연방으로 대표되는 발칸 반도의 사태를 보아도, 미국 대도시 도심지역의 저소득층을 보아도 이것은 자명한 일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인종간의 격차가 빈부의 차이로 연결되는 것은 인종차별에 기인되는 것이고 따라서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상의 차별 철폐를 넘어서 직원 채용이나 승진에 있어서 특혜를 요구하고 도급공사를 맡는 일에서부터 대학 입학사정에 이르기까지 소수 인종에 대한 특별 배려를 요구하기도 한다.

다민족으로 형성된 많은 나라들 가운데는 인종차별에 대한 금지규정을 법제화하고 타인종과의 결혼이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등 큰 발전이 있는 곳도 있다. 과거에 흑인 여성들은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전문직종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동남아의 화교, 아프리카의 인도인들, 각 국에 흩어진 유대인들은 오히려 다수의 현지인 들보다 월등한 경제력을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적극 개입했다가 오히려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주도의 정부가 흑인 소유의 건설회사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시켜준 대규모 주택공사가 이 회사의 부실 공사로 가난한 흑인 층에게 오히려 손실을 주게되었다. 미국 대학에서도 특정 소수 민족 학생들을 우대하여 입학시켰으나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예를 보면 소수계라는 이유로 능력을 도외시 한 채 무조건 우대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나 빈부격차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소수계 건설업자라고 정부공사를 줄 것이 아니라 피부색을 따지지 말고 가장 일 잘하는 회사에게 공사를 맡기는 것이 저소득층 입주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또 성적이 떨어지는 소수계 학생을 특례 입학시키기보다는 소수계 커뮤니티에 있는 학교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소수계 본인의 자발적 노력 없이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때 경제 전체에 큰 비능률을 가져오게 된다.

세계 각처에서 새로운 인구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남가주도 이들에 대한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인들은 어떤 정책을 택하는 지가 인종화합과 사회 안정 및 번영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