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온 친척들과 함께 페리 보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일이 내가 즐기는 일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에 누님을 모시고 샌프란시스코 행 배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소살리토 페리 정거장까지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서게 되어 보트를 놓칠까봐 염려하며 서둘렀다.
머피스 법칙이 꼭 그렇듯이 그 날은 자꾸 더 늦을 일만 생겼다.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티켓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였다. 집에 다시 들어가서 표를 가지고 나왔다. 다시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누나가 자기 스웨터를 잊고 나왔다고 하였다.
정거장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 무슨 장애물이 그리도 많은지… 그날 따라 신호등마다 내 앞에서 빨간 불로 바뀌었다. 평소에는 자주 보이지도 않던 스쿨버스가 굼벵이처럼 앞에서 기어가고 있었다. 추월금지 지역이라 할 수 없이 버스를 따라가면서 혹시 배가 떠나지 않았나 조마조마해 하며 뱃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계를 보면서 페리 정거장으로 갔다.
정거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까 배가 떠날 시간이 다 되었다. 누나를 정거장 앞에 먼저 내려주면서 선원에게 사정하여 나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파킹장으로 갔다. 다행히 파킹장이 한산하여 얼른 파킹을 하고 배를 향하여 뛰어갔다. 갑판에서 누나가 빨리 오라고 나를 향하여 손을 저었고, 승무원이 "빨리, 빨리" 하면서 밧줄로 입구를 막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뱃고동 소리가 울리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배를 향하여 외치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뛰어갔다. 승무원이 "빨리 빨리" 하면서 재촉하였다. 나는 헐떡거리면서 배에 오르자마자 벤치에 주저앉으면서 나를 기다려준 승무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친절하고 좋은 직원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페리 회사에 친절한 직원에 대해서 감사의 편지를 써야지 하고 생각하였다.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보트는 떠나지 않고 있었다. 왜 안 떠날까 하며 눈을 들어 입구를 보니까, 두 아이들과 함께 젊은 엄마가 배를 향하여 뛰어 오고 있었다. 그들이 뛰어오는 속도를 보아서 몇 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배 떠날 시간이 지났는데 빨리 떠날 것이지 하면서 꾸물거리는 승무원과 시계를 번갈아 보았다.
8시20분에 떠날 배가 8시25분이 지났는데도 떠나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승무원을 보면서 이 사람 시간을 잘 못 지키는 승무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분전의 고마워하였던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 순간 마음속에 번개처럼 스치고 가는 것이 있었다. 참으로 인간은 간사하다고. 배를 타기 전과 배를 타고 난 후에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하다니.
이민법을 바꾸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더 어렵게 하여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배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였다. "왜 20년 전에 이민온 당신은 새로 이민온 사람들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면서 우리들은 누구나 이민자들임을 친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1914년 나의 조부모님이 유럽에서 엘리스 아일랜드로 들어왔을 때 먼저 이곳에 와서 정착한 유럽 사람들이 새로 이민온 사람들에 대해 불평을 하였다. 이민자의 아들인 나의 삼촌이 "멕시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 정복하는 것 같다"고 불평하는 말을 들을 때 어린 나의 귀에도 이상하게 들렸던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 사이에 "아시안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하면서 "이민법을 좀더 강화시키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마지막으로 배에 탄 사람들의 심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여 본다. 그들의 자손들이 아메리카라는 이민 배 입구에 서서 밧줄을 치려고 하는 격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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