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러시모어’에서 일한 조각가의 아들이 미·멕시코의 관문이자 사우스웨스트 지방의 중심이라 할 텍사스주 엘파소에 세우려는 36피트 높이의 대형 청동기마상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조각가 존 하우저(63)가 언젠가 미·멕시코 국경에서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을 꿈꾸는 이 기마상의 주인공은 미 남서부 지방에 최초의 유럽인 정착촌을 세운 스페인 사람 돈 후안 데 오냐테. 문제는 오냐테가 자신에게 저항하는 인디언들의 오른발을 잘라 버리는 등 원주민에게 잔인한 행동을 한 인물이라 그 조상 건립계획이 알려지면서 반대 시위가 열리고 신문사에는 격분한 편지가 날아들고 있다. 로마 교황도 대통령들도 과거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참회를 하는 이 시대에 권세가 있다고 인디언을 불구로 만들고 여성과 소수민족의 생사가 걸린 투쟁을 비웃은 남자를 기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완성되어 2003년에 엘파소에 세워질 이 기마상은 엘 파소 델 리오 델 노르테로 불리는 이 지역에 유럽인들이 최초로 탐험온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오냐테가 뒷발로 일어선 말 위에 앉아 리오 그란데 강 이북의 땅을 스페인 영토로 선포하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스페인의 최부유층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태어난 오냐테는 영국 청교도들이 플리머스에 도착하기 20년도 더 전인 1598년에 멕시코에서 북쪽으로 진출했다. 그가 이끌고 온 500명 가량의 정착민과 7000마리의 동물들이 도착을 기념한 축제가 바로 미국 최초의 추수감사절인 것이다.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청동기마상일 오냐테상에 대해 하우저는 그 크기가 우선 오냐테의 도착이 미친 영향, 히스패닉 문화 발전에 미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역사엔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텍사스와 뉴멕시코의 인디언들은 1599년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오냐테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오냐테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아코마족 젊은 전사 수십명의 오른발을 자르라는 명령을 내렸고 아마 시행되었을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아리조나대학의 역사학자인 오스카 마티네스 같은 사람은 오냐테의 동상, 그것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사우스 캐럴라이나주 의사당에 남부군 기가 펄럭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엘파소 시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인디언들은 과거 오냐테 치하에서와 같은 잔인한 대우와 억압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행동은 1930, 40년대에 유태인에 대한 나찌의 행동에 비견할만 하다"고 썼다.
돈 후안 데 오냐테에 대한, 아직도 부글부글 끓는 반감은 몇 년전, 사우스웨스트 지역 몇 개 도시가 그의 리오 그란데 도달 400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 때 다시 확인됐다. 뉴멕시코주 알칼데에서는 오냐테 동상의 오른발이 누군가에 의해 절단되었고 앨버커키 시는 이 지역에 말, 가축, 관개 및 과일나무를 들여온 스페인의 공헌을 긍정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그의 동상을 세울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텍사스 서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저소득층 도시로 시 전체에 볼 것이라곤 없는 도시 엘파소가 도시 미화 사업 제안을 모집한 1988년, 다운타운에 이 지역을 개척한 이들의 대형 인물상들로 조각 공원을 건립할 것을 제안한 하우저는 오냐테 상을 세우려는 자신의 목표는 그 인물이 아니라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세계 문화에 부정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긴 한 인간의 투쟁을 기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동상을 보고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그 양면을 모두 탐구하기를 바란다"는 그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볼 힘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수천년 가는 청동상 앞에 모든 정치 논쟁은 몇년 못 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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