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행정부 시절인 1970년대 말 미국경제는 경기침체와 인플레로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세계에서는 미국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에 신흥공업국인 일본의 경제는 급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21세기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정부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최대의 역점을 두었고 일반기업에서는 일본식 유교적 경영기법을 배우자는 붐이 일었다.
그 일본경제가 80년대에 피크를 이루면서 하강하기 시작, 90년대 심각한 불황을 겪더니 2천년대에 들어와서는 절망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기업 도산과 실업률이 증가했다.
그리하여 기업 경영과 과학기술로 산출한 경제 잠재력이 89년~93년만 해도 세계 1위였던 일본이 2001년에는 26위로 밀려났고 국가경쟁력이 97년 17위에서 2001년 28위로 급락했다.
특히 산업 전반에 걸친 침체는 금융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도산과 영업 부진으로 인해 대출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일본식 관치금융의 결과로 부실금융의 폐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같은 금융위기에 대처하여 오는 4월부터 예금 전액 보호제도가 폐지될 예정이므로 이 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3월 금융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금융시스템과 경제구조가 1990년대에 교정시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 경제가 몰락하면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붕괴되는 「일본발 세계공황론」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이다. 일본의 경제상태는 좋지 않지만 일본인들이 가진 돈은 엄청난 규모이다. 그 돈이 미국의 국채와 주식에 대거 투자되어 있고 개발도상국의 기업에 대출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 경제가 악화된다면 이 자금에 큰 동요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미국의 국채와 주식을 팔아치우면 미국 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이 외국기업에 대출한 돈을 일시에 거둬들인다면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로 인한 기업 도산이 속출하게 될 것이다. 가히 세계 공황사태가 온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미국인들의 화두는 테러에서 경제문제로 바뀌었다.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올해 회복세로 이어져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쏠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경제가 가장 어려운 국면은 벗어나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에 못지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이번 불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또다시 주식시장의 폭락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한다. 대공황 당시 주식시장의 폭락 이후 3년간 경제가 계속 내리막길을 달린 사실을 볼 때 이 비관론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
그러므로 일본의 장래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경제가 세계경제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남미나 러시아, 아시아의 외환위기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일본의 경제가 급격히 붕괴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따라서 교포 경제도 뿌리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한인들이 사업 또는 투자계획을 할 때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경기 상태에만 집착하지 말고 세계 경제적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발 세계공황론」의 귀추에 심각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