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최고 경제정책 결정자인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렌스 린지 경제수석이 수많은 논란 끝에 지난 금요일 결국 해임되었다. 우연이지만 이는 11월 실업률이 지난 8년래 최고인 6%에 이른다는 노동부 발표가 있던 날이며 지난 중간선거 이후 거의 한달여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끊임없는 기업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던 증권거래위원장 하비 피트 역시 지난달 사임한 바 있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래 경제팀 리더로서 미디어, 의회 진보 및 보수파로부터의 끊임없는 비판 속에 현 행정부 생활을 마감했다.
이들의 해임은 미국 경제정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결국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시인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물론 오닐 장관과 린지 경제수석이 경기 침체를 초래한 장본인은 아니다. 하지만 부시 경제정책의 핵심 인물로서 오닐 장관의 경우 번번이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부인하며 지나치게 낙관적 발언을 해왔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오닐 장관은 부시가 추진해온 감세 정책과 관련해 백악관, 월가 및 공화당 지도자들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또한 부시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의 하나인 감세안 입안자이며 부시의 백악관 입성에 크게 기여했던 린지 수석은 경기 진작을 위한 분명한 정책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 주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치 못했다.
이들 경제팀은 클린턴 행정부의 루빈 재무, 레이건 행정부의 도널드 리건 및 제임스 베이커 재무 등이 보여준 결단력과 지도력을 결여했다. 또한 현 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 콘디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을 중심으로 한 국가 안보팀과도 리더십면에서 대조적이다.
아무튼 부시 선거 전략팀은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투명한 경기 회복 전망을 인기 상한가인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본 것이다. 10년 전 조지 부시 대통령 역시 성공적 외교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의 실패로 재선에서 클린턴에게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이번 해임조치는 지난 80~90년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재현할 수 있는 공격적 경기 진작책 및 월가 금융시장의 회복을 통해 재선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는 부시 선거팀의 전략적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금세기 동안 재임기간에 심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어느 미국 대통령도 재선된 선례가 없다.
그러나 이들 해임이 곧 현재 당면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문제점들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는 그 동안 저성장, 달러화의 강세, 고 실업률과 불확실한 투자 환경 등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들을 해임함으로써 백악관은 투자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1년에 끝나는 감세 혜택을 영구화한다든가 투자자들의 수익 배당금에 대한 보다 적극적 감세 혜택 등은 예상되는 적극적 감세 정책의 일례라 할 수 있겠다.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일보다 근본적으로 더 어려운 일이다. 진정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근로자들과 투자자들 모두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수익
퍼스트 아메리카 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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